총선 앞두고 여론 눈치 보기? 정부, 주택용 빼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 검토

입력
2023.11.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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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300㎾ 이상' 산업용만 요금 인상 방안 거론
산업용, 한전 전체 전기 판매의 절반 넘어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가정용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이 유력하다.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부채와 물가 상승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6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용(을)'에 대한 적정 수준의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을) 요금제는 광업·제조업 및 기타 사업에 전력을 사용하는 고객으로서 계약 전력 300킬로와트(㎾) 이상에 적용된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전력을 밑지고 파는 요금제도가 2년가량 이어지며 한전은 손실액을 회사채 발행으로 메워 왔다. 한전의 연말 사채발행이 한도에 다다를 예정인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도 증액을 거부해 비용을 마련할 방법은 사실상 요금 인상뿐이다.

이에 김동철 한전 사장은 9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추가 자구책 발표를 예고하며 kWh당 25.9원을 올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전기료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가정용 전기료는 그대로 둔 채, 비교적 민심을 덜 반영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가스요금도 발전용만 올리나" 군불 때기


에너지업계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 판매 비율은 54%로 주택용(15%)과 일반용(23%)보다 많은데 요금의 일부라도 인상하게 되면 한전의 경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전기료를 올리면 한전과 마찬가지로 가스를 밑지고 팔면서 엄청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한국가스공사의 경영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한전이 올해 요금을 두 차례 올리며 3분기(7~9월)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난 것과 달리 가스공사는 LNG 수입 원가보다 낮은 가격(원가보상률 78%)에 가스를 팔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 재정에 여유가 생기면 산업용 전기요금처럼 가스공사의 발전용 LNG 가격만 부분적으로 올리는 방안도 조만간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여러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국정운영 원칙은 물론, 국정과제마저 뒷전에 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료 원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연료비연동제'를 2021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아 한전 부실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결정을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도 전기료 인상에 인색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김동철 한전 사장이 정부에 요구한 kwh당 25.9원은 연료비연동제를 실시할 때 올려야 할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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