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영화만도 세 편(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 게임)을 배출했다. 관객 수백만 명을 동원한 영화가 여러 편이기도 하다. 마블은 10년 넘게 국내 극장가에서 흥행 보증수표였다. 한국은 ‘마블 공화국‘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였다. 해외에서도 마블 인기는 뜨거웠다. 마블은 2009년 이후 14년 동안 영화 32편으로 300억 달러 가까이를 전 세계에서 벌어들였다. ‘마블 천하’가 오래 지속될 거라는 예상이 쏟아졌다.
□ 마블이 흔들리고 있다. 악재가 한두 개가 아니다. 누적돼 온 문제에 단기적 현안이 덮쳤다. 일단 발등의 불은 배우 조너선 메이저스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마블 캐릭터로 구축한 영화적 세계)’에서 새로운 악당 캉으로 활약하게 된 이 배우는 최근 여러 폭행사건에 연루돼 있다. 그는 이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로키2’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 더 큰 문제가 있다. 마블에 대한 대중의 애정이 예전만 못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본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2023) 한 편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영화의 감독 제임스 건은 라이벌인 DC영화 총괄을 위해 마블을 떠났다. 마블이 모회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 주가 부양을 위해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제작을 남발해 팬들의 피로도가 높다. 물량 공세를 펼치다 보니 작품 질은 현저히 떨어졌고, 특수효과 분야 직원 위주로 노동 착취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 반전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1일 미 연예전문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위기 타개책으로 ‘옛 영웅’의 귀환이 검토되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에서 죽은 걸로 묘사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를 되살려 침체를 벗어나려 한다는 거다. 하지만 두 배우의 높은 출연료가 걸림돌이다. 마블의 고육지책은 과연 통할까. 마블의 약세는 팬덤이 특징인 콘텐츠시장에서도 영원한 강자가 없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