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에서 자치구로 강등?… 서울 편입 고민 깊어지는 고양시

입력
2023.11.06 09:00
편입시 재정·자치 권한 포기해야
3개구로 나뉘면 시너지도 사라져
국힘 내부도 신중·추진론 나뉘어

여당이 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메가시티 서울'(서울의 초광역도시화) 구상을 두고 경기 고양시의 고민이 깊이지고 있다. 서울 편입 대상지역으로 거론되고 상당수 시민들이 찬성하고 있음에도, 광역시에 버금가는 행정·재정 권한을 쥔 인구 107만 명의 특례시가 3개 자치구로 쪼개져 서울에 편입되는 건 실익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일 고양시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시장은 서울 편입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같은 당 소속 백경현 구리시장이 국민의힘의 ‘서울 편입 당론 추진’ 발표 이틀 뒤인 2일 “서울시 편입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양시는 “장단점을 검토 중이고, 주민 여론도 보고 있다”고만 짧게 입장을 밝혔다. 고양시가 망설이는 건 현재 특례시(인구 100만 이상)에 비해 서울 자치구가 가지는 이점이 불분명하기 때문. 그래서 고양시청과 시의회 등에서는 서울에 들어가더라도 지금 고양이 가진 특례시로서의 권한은 확실하게 보장받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전국의 특례시는 네 곳(고양·수원·용인·창원시)인데, 이 도시들은 지난해 1월 특례시로 출범하면서 택지개발지구 및 개발제한구역의 지정·해제 등 행정과 재정 사무 13가지 권한을 광역단체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서울의 자치구(일반 기초자치단체)가 되면 이 권한을 다시 반납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고양시는 현재 서울 편입설이 나오는 기초지자체 중 유일한 특례시다. 덕양구(인구 49만 명), 일산동구(29만 명), 일산서구(28만 명) 모두 별개 자치구로 편입될 것으로 보여, 107만 명의 인구로 거둘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3개 일반구를 거느린 시장이 사라지고 3명의 자치구청장이 남는 것이다.

이에 따른 지방행정조직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 자치구는 2·3급 부구청장을 1명씩 두고 있으나, 특례시인 고양시는 2급 부단체장 2명 직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서울 편입 문제는 고양시가 더 발전할 수 있느냐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특례시에 부여된 권한과 조직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공직사회의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시장도 주민 여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특례시로서의 위상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시민토론회에서 주민들의 편입 관련 질문을 받고 '시민들이 원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주민 여론 등을 청취한 뒤 조만간 서울 편입 논의에 합류할지 여부를 밝힐 방침이다.

고양시가 신중론을 유지하는 사이 고양 내에서는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산신도시 일대에는 ‘고양도 서울특별시로’라며 서울 편입에 찬성하는 현수막이 다수 걸렸다.

국민의힘 지역 정치인들의 의견도 갈려 있다.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일산신도시 동부) 당협위원장은 “일산에서 자체 조사를 해보니 90% 가까운 분들이 서울 편입을 찬성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서는 "특례시가 됐는데도 고양시민들이 얻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고 규제만 받고 있다"며 "서울에 편입되면 현재 중단된 한강 유역 개발 사업을 재개해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