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세계적 맥주회사 하이네켄 인터내셔널 회장 알프레드 프레디 하이네켄(Alfred “Freddy” Heineken, 1923~2002)이 1993년 11월 9일 암스테르담 본사 앞에서 40년 넘게 그의 개인 운전기사로 일한 직원과 함께 납치됐다. 범인들은 당시 기준 최고 몸값인 3,500만 길더(2023년 기준 약 1,8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주범 코 반 하우트(Cor van Hout, 1957~2003) 등 범인 5명은 빈민가 출신이었다. 그들은 2년여에 걸쳐 범행 대상을 물색하며 악명 높은 납치 사례들을 연구했다. 왕족이나 정치인이 아닌 부자들 가운데 인질 협상 기간을 견딜 만한 체력을 지닌 자로 그들은 하이네켄을 선택한 뒤 권총과 우지기관총, 차량 등을 확보하고 하이네켄의 동선 등을 확인했다. 인질을 가둬두기 위해 항구 외곽의 한 목재회사 소유 창고형 오두막 한편에 이중벽을 두르고 방음벽까지 설치했다. 그들은 30일 몸값을 받기까지 21일 동안 하이네켄과 운전수를 감금했다.
몸값 협상은 오려낸 알파벳으로 작성한 편지와 신문 광고 등을 활용했고, 광고에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썼다. 자신들은 독수리(Eagle)였고 인질은 토끼(Hare)였다. 암스테르담 경찰이 몸값을 전달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사실을 통보한 신문 광고 문구는 “토끼에게 초원은 푸르다”는 거였다.
그들은 몸값 운반 차량을 고속도로 고가구간에서 멈추게 한 뒤 현금 뭉치를 도로 빗물 배수구로 내려보내게 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주범 하우트를 시작으로 범인들은 모두 체포돼 실형을 살았다.
풀려난 하이네켄은 “부자의 좋은 점은 아무 때나 카리브해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인데, (…) 나는 암스테르담 영화관에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설보안회사를 설립, 전직 경찰들을 동원해 독자적인 범인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