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신진서, 한국 바둑 사상 최초 연간 100승 달성

입력
2023.11.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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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전 패자조 4회전서 김은지에 흑 불계승
전인미답 대기록 달성
4일 승자조 결승... 박정환·변상일 맞대결

세계 최강 신진서 9단이 한국 프로바둑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승 고지를 밟았다.

신진서는 3일 경기 성남 판교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패자조 4회전에서 김은지 7단에게 213수 만에 흑 불계승하며 올 시즌 100번째 승리를 거뒀다. 1월 2일 제 2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32강에서 이지현 9단을 상대로 시즌 첫 승을 챙긴 신진서는 이날 승리로 올해 100승 12패, 승률 89.86%를 기록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신진서의 100승 제물이 된 김은지는 지난해까지 연간 최다승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던 기사였다. 김은지는 지난해 94승 46패 승률 67.14%를 기록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초 100승 달성의 신기원은 한국기원 랭킹 1위 신진서에게 내주게 됐다.

대기록을 작성한 신진서 9단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연간 최고승률 경신과 함께 꿈의 90% 승률에 도전한다. 현재 본인이 보유한 종전 연간 최고 승률(2020년·88.37%)을 넘어섰지만, 아직 굵직한 대회 본선이 다수 남아 있어 연말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신진서의 다음 대국은 6일 중국 갑조리그 무대에서 벌어진다. 상대 대국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신진서는 “올해 대국이 굉장히 많아서 100승까지 할 수 있었다. (우승 등) 성과가 아쉽긴 하지만 100승을 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중요한 대회가 많이 남아있어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한편 신진서는 이날 승리로 8일 벌어지는 명인전 패자조 5회전(준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대국 상대는 본선 8강에서 패한 바 있는 박지현 5단이다. 신진서는 당시 처음으로 자신보다 어린 상대에게 지고 패자조로 내려앉았다. 신진서가 설욕에 성공하면 패자조 결승에 진출한다.

4일 열리는 명인전 승자조 결승에서는 변상일 9단과 박정환 9단이 맞붙는다. 공식전 상대전적에서는 박정환이 15승 7패로 앞서 있다. 이날 승리하는 기사는 다음 달 15일부터 펼쳐지는 결승 3번기에 선착하게 된다. 지는 쪽은 신진서·박지현 대국 승자와 패자조 결승에서 만난다. 둘 모두 부담스러운 상대인 데다 생애 첫 명인전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큰 만큼 박정환과 변상일은 승자조 결승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환은 43기 대회, 변상일은 44기 대회에서 각각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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