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최근 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신입 교사에게 인격 모독을 한 학교장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이 교장은 올해 새로 부임한 교사에게 "예쁜 선생이면 민원도 없다"고 외모 비하를 하는 등 다수의 문제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도교육청 감사관은 3일 해당 학교에 감사 준비사항을 통지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본격적인 감사에 나섰다. 6일에는 해당 학교를 방문해 교사 등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초등교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에는 해당 학교에 9월 1일자로 신규 임용된 교사 A(25)씨가 작성한 글이 올라왔다. A씨는 교장이 신규 임용 첫날부터 지금까지 인격 모독과 갑질을 반복했고, 이로 인해 유서를 쓸 정도로 심적 고통이 극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교장은 신규 임용 첫날부터 A씨 옷차림을 훑어보고 "나는 수수한 차림도 싫고 어려보이는 것도 싫으니 빚이라도 져서 백화점에서 옷을 사입어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애들은 선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본다"며 "예쁜 선생이면 민원도 없다"는 발언도 했다.
또 A씨는 "가르치던 학생이 친구들 뺨을 때린 문제가 있었다"며 "학부모 면담을 요청했더니 교장이 직원회의에서 '신규는 경험이 없어 종종 학부모 민원을 받는다'며 비난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교장이 나와 자신의 경력을 칠판에 써가며 비교하고 학생들 앞에서 'A씨 경력이 짧아 너희들이 고생한다'고 말했다"고도 적었다.
교장의 거듭된 폭언에 A씨는 두 달 만에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 할 만큼 사태가 악화됐다. A씨는 "어느 날 문득 컴퓨터 화면에 유서를 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슬프고 애통한 마음이 들었다"며 "무너져 간 교실에서 잘해보려고 두 달을 버텨 왔는데 처방받은 약봉지를 보면 서러움이 몰려온다"고 했다. 이어 "임용시험 합격하고 6개월간 대기하며 취미 생활을 즐겼던 나는 정말 건강했는데"라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A씨가 커뮤니티에 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도교육청은 글이 올라온 날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도교육청 측은 "해당 글이 올라온 건 사실"이라며 "A씨를 상대로 상담하고 학교를 방문하는 등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이하 전교조 경남지부)는 A씨를 향한 교장의 갑질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이날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서이초 교사 죽음 이후에도 학교 현실과 일선 학교장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며 "교육자임을 스스로 포기한 갑질 교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