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0분마다 살해"...'어린이 무덤' 된 가자지구, 왜?

입력
2023.11.03 17:46
이스라엘군 폭격에 가자지구 참상
전쟁 이후 어린이 사상자 1만여 명
마취 없이 제왕절개·두개골 수술도
유엔 "인도주의적 휴전해야" 촉구

연일 이스라엘군의 맹폭을 받고 있는 가자지구가 어린이들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무고한 아이들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WP에 따르면, 가자시티에 사는 유세프 샤라프(38)는 지난달 25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네 명의 아이를 잃었다. 30여 명의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살던 아파트가 폭격을 당해 세 딸(11·6·3세)과 10세 아들이 건물 잔해에 깔렸다. 샤라프는 매일 건물 잔해에 깔린 아이들의 시신을 찾고 있다. 한 살배기부터 10대까지 그의 조카 13명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가족들은 모두 무고한 민간인이었다"라며 "아이들을 모두 잃은 내 고통을 상상할 수 있나요"라며 절규했다.

1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이후 가자지구 어린이 사망자 수는 3,700여 명이다. 전체 민간인 사망자 8,800여 명 중 약 42%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분쟁이 발생했던 24개국에서 사망한 어린이 수(2,985명)보다도 많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가자지구 어린이 부상자 수도 6,300명(1일 기준)을 넘었다.

국제 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팔레스타인 지역 책임자 제이슨 리는 "가자에서 숨진 희생자 5명 중 2명이 어린이"라며 "매 10분마다 어린이가 살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피해자 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유엔과 국제단체들은 이번 전쟁에서 어린이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자지구 어린이 희생이 늘어나는 것은 높은 출생률과 이스라엘군의 전략과 연관돼 있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인구 220만 명 중 절반가량인 47.3%가 18세 이하다. 또 9세 이하 인구도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인구를 국가 생존과 직결시키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에서 출산을 적극 장려하며 '인구 경쟁'을 했다. 가자지구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3.38명, 이스라엘은 2.9명으로 전 세계 평균(2.47%)보다 훨씬 높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하려 민간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병원, 학교 등에 땅굴을 판 하마스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폭격하면서 무고한 아이들의 희생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병원조차 줄줄이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2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5개 병원 중 16개가 운영을 멈췄다. 문을 연 병원에서도 전기 공급이 끊기고 의약품이 부족해 밀려드는 부상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내 카말 아드완 병원 의사인 아부 사피야는 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수술 중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밖에서도 들린다"며 "두개골 수술을 마취제 없이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NYT는 의사들이 의료품 부족에 마취제 없이 중상자들을 수술하고 상처를 소독하는 데 식초를 사용하고 있다고 의사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CNN방송도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의료진을 인용해 "마취제가 동나고 있고 환자를 치료할 항생제와 붕대도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국제 구호단체 케어인터내셔널은 가자지구의 임신 여성이 마취제 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있으며, 임신부와 신생아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7명의 유엔 특별보고관은 2일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심각한 대학살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확신한다"라며 "우리는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원조가 전달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