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순 본격 시작하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소금 등 김장 재료 가격을 잡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물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최전선에 '김장 물가'가 있는 셈이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2023년 김장 재료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10월 물가가 전년 대비 3.8% 올랐다는 지표 발표와 동시에 나온 대책이다. 물가는 7월 2%대로 떨어졌다가 8월 이후 3개월 내리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시기 물가를 관리하는 건 추석, 설 등 명절 외에 김장철, 피서철 등이 있다. 그만큼 김장 물가가 소비자에게 끼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한국물가협회는 지난해 11월 4인 기준 김장 비용이 전통시장 36만 원, 대형마트 47만3,000원이란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 평균 추석 차례 상 비용인 30만4,000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을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김장은 한 번 담그면 수개월 이상 먹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올해는 핵심 김장 재료인 배추 가격이 심상치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망을 보면 이달 배추 도매가격은 10kg당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61원보다 43.9% 비싸다. 올해 폭우·폭염으로 썩은 배추가 늘면서 공급이 줄어든 여파다. kg당 대파 가격도 2,700원으로 전년 대비 49.3% 뛴다.
다른 주요 김장 재료인 소금 가격도 상승세다.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굵은소금 5kg 소매가는 1만3,997원으로 전년 1만1,686원과 비교해 19.8% 올랐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소금 물가 상승률 20.6%와 비슷하다. 소금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전후로 천일염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름세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시장에 김장 재료를 풀기로 했다. 배추, 대파 등 농산물 비축물량 1만1,000톤과 천일염 1만 톤을 공급하는 식이다. 정부는 또 이달 중순부터 전남 지역에서 자란 배추가 출하하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김장 재료를 넘어 가공식품 등 소비자 체감도가 큰 품목의 가격 인상 가능성에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맥주 등 그동안 정부가 눌러왔던 가공식품 가격이 최근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물가 제어를 위해 전 부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하고 빵,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등 주요 품목 물가 담당자도 두기로 했다.
물가 급등을 겪었던 이명박 정부 시절 등록금, 기름값, 전월세 등 주요 품목 물가를 해당 부처 1급 공무원이 관리하도록 한 '물가 관리 책임실명제'를 연상하게 한다. 당시 관련 1급 공무원이 부여받은 직책명도 물가안정책임관이었다. 다만 인위적인 물가 억제책은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있다. 주요 품목 가격이 당장은 묶이더라도 정부 관리가 뜸해질 때 한꺼번에 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