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여당발 '메가 서울' 구상… 접경 경기 지자체는 '동상이몽'

입력
2023.1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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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구리 외 5곳 경기 지자체도 서울 편입 거론
"굳이 왜 서울로?"… 광명·부천·과천 '반대 기류' 
고양·하남은 말 아껴, 북도 출범 차질 생길 수도

국민의힘이 이른바 ‘메가 서울’ 구상에 속도를 내면서 김포시 외에 서울과 경계를 맞댄 다른 경기 지자체들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 지자체는 겉으로는 “시민 의견이 중요하다”며 입장 발표를 꺼리지만 정치적 요소나 지역 현안 등 각자 처한 상황을 분석해보면 조금씩 다른 속내가 읽힌다.

내심 반대 3곳, 보류 2곳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 외에도 여권에서 언급하는 서울 편입 가능성이 있는 지자체는 구리ㆍ고양ㆍ하남ㆍ광명ㆍ과천ㆍ부천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구리는 전날 백경현 시장이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젤 먼저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나머지 5곳 가운데 서울과 같은 지역번호(02)를 쓰고 단체장도 야당 소속인 광명과 과천은 반대 기류가 좀 더 강해 보인다.

광명은 서울 편입 시 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앞서 정부는 서울 구로차량기지의 광명 이전을 추진했다가 광명의 강한 반대에 사실상 철회했다. 또한 인구수가 28만129명(올해 9월 기준)으로 인접한 서울 구로구(39만3,929명), 금천구(22만8,611명)와 비슷한 수준인데 굳이 ‘수도의 끝자락 도시’나 ‘변두리’ 이미지를 덮어쓸 필요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한 광명시민은 “부동산 가격도 우리가 구로구와 금천구보다 높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부천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일대의 중국동포 상당수가 소사구로 유입되는 등 인구(78만4,273명)가 점점 늘고 있는데 서울로 편입돼 얻는 게 뭐냐는 정서가 흐른다. 또한 부천시민들은 서울 못지않게 인천시와도 생활권이 상당부분 겹친다. 지역번호(032)도 인천과 동일하고, 법원과 검찰도 인천 관할이다.

광명과 부천을 뺀 나머지 3곳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지만 그렇다고 ‘찬성’ 일색인 건 아니다.

과천은 인구수(8만1,332명) 때문에 난색을 표한다. 과천 면적은 35.87㎢로 바로 옆인 서울 동작구(16.35㎢ㆍ38만154명)나 관악구(29.57㎢ㆍ48만5,172명)보다 넓지만 인구수는 한참 모자라다. 서울 편입 시 ‘과천구’가 아닌 다른 자치구에 흡수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인접 지자체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고양(107만6,376명)은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남(32만9,612명)도 “시민 의견을 물을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을 아꼈다.

"경기북도 출범에 힘 실어달라"

‘메가 서울’ 추진은 김동연 경기지사의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기북도는 행정구역상 한강을 기점으로 의정부ㆍ고양ㆍ포천ㆍ파주ㆍ동두천ㆍ구리ㆍ남양주ㆍ양주ㆍ가평ㆍ연천 등 10개 시군을 포함한다. 김 지사는 9월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를 건의하면서 북도 추진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최근 김포의 서울 편입 움직임이 찬물을 끼얹었다. 국회에 제출된 3건의 북도설치 특별법에는 10개 시군 외에 김포도 들어가 있는데 여당이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밀며 입법 가능성이 낮아졌다. 또한 경기북부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을 맡아 북도 출범을 주도하던 백경현 구리시장이 ‘서울 편입’으로 선회하며 추진 동력을 잃었다. 만에 하나 100만 인구의 고양까지 서울 편입으로 돌아서면 북도 출범은 사실상 무산된다.

중국 출장을 마치고 이날 돌아온 김 지사는 여당의 김포 서울 편입 추진에 “참 나쁜 정치”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지도를 보면 세상에 이렇게 생긴 도시가 있나 싶다. 세계적 조롱거리, 대국민 사기극이 될 것”이라며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해 북도 추진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임명수 기자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