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 방식을 놓고 제주도와 재단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고희범 전 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은 2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의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개정 추진에 대해 “4·3의 정치화라는 불행하고 부끄러운 결과가 명약관화하고, 4·3 정신을 뿌리부터 뒤흔들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제주지사의 재단 장악 시도는 그동안 4·3특별법 제정과 전면 재개정에 이르기까지 힘을 모아주신 4·3 유족과 제주도민, 전국의 양심적인 인사들을 배신하는 일”이라며 “4·3은 제주지사가 독점할 수 없는 제주도민의 피의 역사”라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장은 이번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뜻에서 지난달 31일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이날 입법예고된 조례 개정안은 현재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으로 전환하고 이사회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는 공개 모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반면 현재 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추천하고 최종적으로 제주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고 전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제주도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 이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조상범 제주도특별자치행정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4·3평화재단 조례 개정안과 관련 ‘도지사의 재단 장악 시도’라는 고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조 국장은 “이번 조례 개정이 재단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현재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도민과 유족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이 주요 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3의 정의로운 해결 과정에서 대의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집행 과정의 정의로움이 담보되지 않으면 대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조례 개정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현행 법규 체계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개선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