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2일 혁신위원회 1호 안건인 '대사면'을 수용해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취소했다. 징계 취소 대상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일단 당 지도부가 혁신위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이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제한 등 현역의원들로 반발이 확산할 수 있는 2호 혁신안이 혁신위의 순항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혁신위가 건의한 징계 취소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 전 대표, 홍 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이 당원권을 회복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의 대사면 제안에 당사자인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등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통합을 명분으로 한 혁신위 1호 제안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전격 수용한 것이다.
지도부의 결정에도 당사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통합' 취지는 다소 빛이 바랬다. 이 전 대표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징계 취소 의결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 고생이 참 많다. 지지율이나 올려라"라며 비꼬았다. 홍 시장도 페이스북에 "과하지욕(바짓가랑이 아래로 기어가는 치욕)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며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에 한 혁신위원은 "당사자들의 반발은 있더라도, 당이 국민들의 요구인 '포용'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첫발을 뗀 것"이라며 "큰 틀에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위의 2호 안건도 '희생'이라는 키워드 아래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를 겨누고 있어 당내 반발은 현역 의원들에게도 확산될 수 있다. 혁신위원들은 앞서 진행된 2, 3차 회의에서 '국회의원·정치인·정당의 희생'을 주제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입시·취업비리, 음주운전 전과자 원스트라이크아웃 △공천 신청 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작성 등을 논의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3일 회의 후 구체적 방안을 발표한다.
해당 내용들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 룰'로 작동할 수 있어 현역 의원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1호 혁신안인 대사면이 특정 인사들의 반발을 불렀다면, 2호 혁신안은 현역의원들에게까지 반발이 확대되면서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는 인 위원장이 취임 후 언급하며 당내 논란이 된 '영남 중진들의 험지 출마'와 맞닿아 있다. 인 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경고나 비판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통령하고 가까운 분들, 제가 그분들도 만날 수 있다"며 "또 새로운 충격적인 걸 던지겠다. 그분들이 서울에서 출마 좀 하면 어떤가"라고 답했다.
이 같은 혁신위의 2호 안건이 다수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힌다면 지도부도 수용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호 안건이 지도부 혁신 의지의 진정성을 가늠할 시험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첫 안건인 대사면이 혁신위 의제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며 "두 번째도 내용이 애매하면 '혁신위 무용론'에 스스로 불을 지피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