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한국이 패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명미실중(명분은 미국, 실리는 중국)'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한국일보가 '재편되는 세계 경제, 한국의 생존 전략은'을 주제로 연 '2023 코라시아포럼'에서다.
전 소장은 중국의 시각에서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를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미-중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35년 국내총생산(GDP)을 2020년 대비 2배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2050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게 전 소장 예측이다.
중국의 미래 전략 변화도 미-중 갈등을 예상하게 한다. 중국이 내놓은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을 보면 중요 가치가 성장·투자·소비에서 안전·혁신·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전 소장은 "임기제인 미국 대통령은 '어쩌다 공무원'으로 전투를, 장기 집권하는 중국 주석은 '늘 공무원'으로 전쟁을 치른다"며 "국가 안전, 기술을 강조한 최근 5개년 계획은 전쟁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치고 올라올수록 미국 압박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전 소장은 반도체 기술 제재로 갈등을 겪고 있는 미-중 간 새로운 전장은 '금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미국이 1980년대 고속 성장하던 일본 경제를 엔화 절상으로 좌초시켰듯, 금융을 무기화해 미-중 간 '환율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냉랭한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취할 전략은 무엇일까. 명미실중을 강조한 전 소장은 "한 발을 잘 쓰면 선수이고, 양발을 잘 활용하면 고수라고 하는데 한국이 갈 방향은 양발잡이"라며 "반도체 등 미-중 모두 절절히 원하는 걸 우리가 갖고 있어 이걸 토대 삼아 자신감 있는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