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인데 최저기온이 20도… 엘니뇨·온난화에 '추위 없는 겨울' 오나

입력
2023.11.02 15:50
11~1월 기온 평년보다 높을 확률 70% 안팎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11월을 맞았지만 2일 아침 최저기온이 20도를 기록하는 곳이 있을 만큼 전국적으로 온화한 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절기상 겨울의 시작인 입동(7일)이 5일밖에 남지 않았건만 서울은 이날 낮 기온이 25도로 치솟아 여름을 방불케 했다. 그런데 이처럼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겨우내 계속될 거라는 게 국내외 기상관측 기관의 공통된 전망이다. 지구온난화와 엘니뇨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강원 강릉의 아침 최저기온은 20.0도로 관측됐다. 서울은 18.9도, 인천은 18.2도를 기록했다. 수도권 외 지역의 아침도 포근했다. 충남 서산 17.6도, 전남 완도 19.8도, 경북 영덕 17.2도로, 모두 역대 11월 최저기온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 남서쪽에서 유입된 따뜻한 공기 때문이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구름이 많이 끼며 대기 순환이 더뎌지면서 밤사이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보온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분간은 기온이 평년(1991~2020년) 수준인 최저 1~10도, 최고 15~19도보다 2~9도가량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이번 겨울 내내 관측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의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이달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74%, 12월은 75%, 내년 1월은 67%로 각각 예측됐다. 기상청 기후예측모델을 통해 확인한 앙상블 평균 확률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한국과 영국 미국 캐나다 등 13개국 기상청과 관계기관의 예측모델을 통합 분석한 결과에서도 11~1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9~73%로 나왔다.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한 겨울' 추세가 굳어지고 있다. 기상 관측이 본격 시작된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11월 기온은 총 1.6도가 상승했다. 최근 10년간의 11월 평균기온을 따져봐도 평년 대비 0.6도가 올랐다.

올해는 3년 만에 발생한 엘니뇨로 겨울 기온이 더욱 높을 전망이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넘게 지속되는 현상이다. 지난 9~10월엔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나 높아졌다. 엘니뇨는 우리나라 겨울철의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하고 이로 인해 따뜻한 남풍류 유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엘니뇨가 발달하는 해의 겨울에는 남쪽에서 수증기가 유입돼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은 많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깜짝 추위가 찾아오는 등 변동 요인도 남아있다. 지난달 중순 북극 바렌츠·카라해 해빙 면적이 평년보다 적었는데, 이 상태가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될 수 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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