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은 매우 위태로운 선택"... 과학자, 국회 공청회서 쓴소리

입력
2023.11.02 04:30
예결위 공청회, 정부 R&D 예산 삭감 쟁점 
천승현 교수 "미래 성장동력 나쁜 영향" 비판


"약간의 나태를 잡으려 매우 위태로운 걸 선택했다."
천승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정부가 대폭 삭감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 당사자인 과학자의 '쓴소리'다.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는 내년 3조 원가량 줄어든 정부 R&D 예산을 놓고 민간 전문가의 주장과 비판, 반박이 쏟아졌다. R&D 예산 삭감은 여야가 예산정국에서 첨예하게 맞붙는 이슈이기도 하다.

"기초연구에 돌이킬 수 없는 나쁜 영향"...정부 예산 삭감 비판

정부 R&D 예산 편성의 적절성 여부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공청회 진술인으로 출석한 천승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정부 R&D 예산은 매년 급증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 총지출 대비 기준으로 따져보면 10년 전인 2014년 수준을 간신히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제 겨우 '비중 5%'에 근접해 정상화가 된 상태인데 급격한 증가에 따른 비효율을 이유로 다시 삭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은 미래성장 사다리인 기초연구사업에 돌이킬 수 없는 나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인재 및 기술 유출 △연구목표 달성 △비효율적 운용 가능성을 근거로 조목조목 따졌다. 천 교수는 "(R&D 예산의) 비효율 폐쇄성 나눠먹기 등 일방적 지적에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내년 예산안을 "약간의 나태함을 경고하기 위한 매우 위태로운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많은 인재들이 (연구를) 접거나 해외로 떠나갈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학생들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교수들과 연구원을 보면서 희망을 잃고 있다"며 "저도 빨리 실험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R&D 예산' '건전재정 기조' 두고 전문가 견해차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상황과 재정정책 기조가 부조화된 예산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R&D 분야 예산이 이례적으로 매우 낮다"고 꼬집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R&D 예산 삭감 기준이나 원칙이 공개되지 않은 점이 우려된다"며 "예산 증가에도 파급력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걸 삭감 근거로 사용하는데 단기적 연구 결과가 없다고 삭감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 성장동력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R&D 예산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지적은 오래돼 왔고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을 늘렸으나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부정사용 등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한 부분 또는 이권집단이 형성돼 예산 수혜가 집중되는 부분 등 많은 예산 삭감 요인이 생겼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확보' 기조에 대해서도 진단이 달랐다. 양준모 교수는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로 경제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예산으로 북한 김일성을 찬양하거나 공산주의를 홍보하는 사례를 철저히 조사해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올해 같이 경기 하강이 심화되고 세수가 저조한 상황에서 경기 위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는 정책 대응"(류덕현 교수), "올해 경제 위기는 정부 지출 감소로 인한 정부발 경제 위기"(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라며 일부 전문가는 우려를 제기했다.

김민순 기자
이다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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