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참여국 확대…사이버·우주 영역까지 협력 강화"

입력
2023.11.01 19:00
국방연구원 정전 70주년 세미나
존 캐리 유엔사 기참차장 기조연설
"역사 통해 강한 우방 둔 국가 번성 확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 등 해체설이 불거졌던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규모와 역할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유엔사는 참여국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고, 한국군과 협력 관계도 사이버 및 우주영역까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존 캐리 유엔사 기참차장(호주군 중장)은 1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개최한 '한-유엔사 협력 확대 방안' 주제의 정전 70주년 기념 특별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신규 회원국을 참가시켜 유엔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6·25전쟁 파견국(22개국) 중 1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참가국 수를 늘려 유엔사 몸집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캐리 기참차장은 유엔사의 임무와 과제로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집행·관리 및 이행 △대북 억제 △협력 안보체제 구축를 꼽았다. 또한 "한국·중립국감독위원회와 함께 북한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갈 것"이라며 "지대공, 사이버 및 우주 영역의 상호 의존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역할을 지속하면서 변화한 안보 환경에 맞게 협력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미 군의 연합 임무 훈련 및 연습에 참여해 안보 협력, 물자 지원, 훈련, 유해 발굴 및 송환 작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캐리 기참차장은 유엔사와 한국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유엔사는 '하나의 깃발 아래'라는 문구를 사용하는데, 이는 단순한 문구 이상"이라며 "역사를 통해 강한 우방을 둔 국가는 번성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약해지는 것을 분명히 목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사는 계속해서 공동의 안보 가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협력하고 결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유엔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병참 능력의 향상(김영호 국방대 교수) △유엔사 일본 후방기지를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제성호 중앙대 교수) △유엔사 규모 확대를 통한 북핵 억제 효과(이장욱 KIDA 연구위원)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김영호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로 북한에게 포탄을 빌리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전쟁에서 병참은 지속능력인데 유엔사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장광현 한국-유엔사친선협회 사무총장은 "한국은 유엔사가 유사시 알아서 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직접 개별 회원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달 14일 사상 첫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유엔사에 연락단이 없는 독일·인도·스웨덴과 함께 한국을 유엔사 회원국으로 공식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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