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사전 조정 없이 서민의 목소리를 듣는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겸한 타운홀미팅, 즉 현장 민심 청취는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회 및 야당 존중 자세를 보인 데 이어진 국민과의 소통 행보다. 윤 대통령이 이념 전쟁에 매몰되다시피 하면서 용산 대통령실마저 이전 취지가 무색하게 구중궁궐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다행스러운 생각의 전환이다.
타운홀미팅은 무주택자, 소상공인, 주부, 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민 60여 명이 참석해 어려움을 말하고 답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서민, 소상공인 대출의 어려움, 카카오택시의 수수료 횡포, 통신료, 에너지 부담 등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체감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도 은행과 카카오의 독과점, 독점적 지위 등을 질타하면서 많은 돈을 주지는 못해도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민생 행보는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는 데 일조하리라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서민이 정치 과잉의 희생자일 수 있으나 누구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며 “대통령과 정부 책임이란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잘 경청해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이전 정부 탓, 야당 탓 하던 데서 벗어나 정부 역량과 정책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본다. 강성 지지층 빼고 남탓에 호응할 국민은 없다.
윤 대통령은 장차관이나 1급 등 고위 공무원에게도 현장 중심 행보를 강조했다고 한다. 사실 더 필요한 것은 야당을 포함해 다방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민심의 소리를 듣고, 대통령도 생각을 밝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이후 다수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신선한 소통 통로였던 도어스테핑조차 언론과의 다툼을 이유로 중단한 지 오래다. 아픈 지적, 반대자의 비판도 경청할 수 있는 대통령이 돼야 민심과의 괴리를 피할 수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전면적으로 넓히는 의지를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