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일 전세사기 대응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책 한 권을 들고 나왔다. 제목은 '전세지옥'. 최지수(32)씨가 전세사기로 전재산을 잃은 뒤 시청, 법원, 경찰서, 주거복지재단을 오가며 고군분투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전세사기 대책을 발표한 한 장관은 "(저자의 말씀을) 정책을 펴는 기본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법무부·국토교통부·경찰청은 이날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기한 없이 엄정한 단속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난해 7월부터 두 차례 연장한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이 연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최근 경기 수원시와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자 아예 기한을 정하지 않고 뿌리가 뽑힐 때까지 단속하기로 했다.
정부는 별도의 방지 대책 없이 엄중 처벌 방침을 공언했다. 한 장관은 "미래 세대에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주는 전세사기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겠다"며 "사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임대인에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죄질이 나쁜 전세사기 주범은 법정 최고형을 받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만 110명, 피해액은 123억 원에 달한 '경기 광주시 빌라 전세 사기 사건' 주범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한 장관은 "(형량이) 작아 보일 수 있는데, 법 개정 전 단계인 현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15년이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피해자별 피해액이 5억 원을 초과해야만 가중처벌할 수 있다.
이에 올 4월 피해자가 다수인 재산범죄는 전체 피해금액을 합산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자는 취지로 특경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법무부는 이 의원입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