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의 정찰풍선 격추에 보복?...외국계 날씨 관측소 3000개 갑자기 조사

입력
2023.11.01 15:33
국가안전부, 불법 설치된 외국계 기상 관측소 수백 개 제거
"상당수 관측소, 군부대·곡물 생산지 인근에 설치"

중국 정부가 전국에 설치된 3,000개 이상의 외국계 기상관측 장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불법적인 기상 정보 수집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사실상 올해 초 미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데 대한 신경질적 반응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1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전날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전국 20개 이상의 성(省)에 설치된 3,000여 개의 외국계 기상 관측소와 10여 곳의 해외 기상장비 요원을 대상으로 최근까지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기상청, 국기기밀보호국 등 3개 기관 합동으로 벌인 이번 조사 결과, 일부 기상 관측소는 외국 정부로부터 직접 자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가안전부는 주장했다.

또한 상당수 기상 관측소는 군부대와 방위산업 기업 등 민감한 지역 인근에 있었으며 주요 곡물 생산지에 설치된 기상관측 장비도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가안전부는 데이터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법 기상 관측 행위를 벌인 수백 개의 기상 관측소를 제거했다. 2021년 9월 발효된 데이터보안법은 중국 내에서 수집·생산한 정보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안전부는 '외국계 기상 관측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가 설치한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가안전부의 이번 발표가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사건이 벌어진 지 8개월 만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몬태나주 상공에 진입한 중국 정찰 풍선을 발견하고 중국에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 정부는 "민간 기상 관측용 기구일 뿐"이라며 유감을 표명했으나 미국은 2월 4일(현지시간) 전투기를 동원해 대서양 상공에서 이를 격추하며 미중갈등 악화로 이어졌다.

국가안전부는 외국계 기상 관측소 단속을 올해 초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정찰 풍선 격추와 비슷한 시점이다. 중국의 이번 단속이 미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의 안보 전문가인 리웨이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기후 정보도 얼마든지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기후 정보를 캐기 위한 불법 활동은 앞으로 더욱 은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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