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의 지지율이 약 3년 사이 무려 42%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결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아랍계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7.4%만 "오늘 대선이 치러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의 지지는 2020년(59%)에 비해 약 42%포인트나 감소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이 3주 차에 접어든 지난달 23~27일 진행됐다.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는 비율은 40%에 달했다. 2020년보다 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13.7%, 무소속 코넬 웨스트 후보는 3.8%를 각각 기록했다. '모르겠다'는 응답도 25.1%나 됐다.
자신의 정당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23%만 "민주당"이라고 답했다. 올 4월 조사보다 17%포인트 감소했다. 연구소는 "1996년 이래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공화당을 꼽은 응답자는 32%였고, 무소속은 31%였다.
바이든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자도 66%에 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 평가를 묻는 항목에 67%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것과 유사한 수치다. 전체 응답자의 68%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휴전 촉구에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에 사는 아랍계 미국인은 약 3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절대적인 인구 수 자체가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선거만 놓고 보면 미시간주 등 경합주에 대거 거주하는 만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소는 이번 결과를 두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중요성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국 정부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들의) 깊은 실망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년 재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을 비판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슬림과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