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전개해 하마스에 납치됐던 인질 1명을 30일(현지시간) 구출했다. 이스라엘은 인질을 구하기 위해 강력한 공세를 펴기로 한 선택이 옳았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하마스는 인질 3명의 영상을 공개하며 대(對)이스라엘 압박을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영상 속 인질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인질·포로 맞교환' 협상에 응하라며 울부짖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9일 밤~30일 오전 정보기관 신베트와의 합동 작전으로 가자지구 내에 인질로 붙잡혀 있던 이스라엘 병사 오리 메기디시(19)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나할 오즈 키부츠(집단농장)에서 가자지구 국경 감시병으로 근무하던 중 하마스에 납치된 메기디시는 3주 이상의 억류 생활에도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는 그가 가족과의 상봉을 축하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이스라엘은 인질 구출 과정의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27일부터 IDF가 전개한 지상전 덕분에 가능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성과는 모든 인질을 데려오겠다고 했던 약속의 표현"이라며 "하마스에 대한 압박만이 인질을 석방할 수 있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인질 영상' 공개로 맞불을 놨다. IDF의 인질 구출 소식 발표 직전, 자체 방송 채널에 이스라엘 여성 인질 3명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송출한 것이다. 영상 속 인질 중 한 명인 다니엘 알로니는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우리를 자유롭게 해 달라. 집으로 보내 달라. 인질 석방 협상에 응하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 포로 6,000명과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239명·이스라엘 정부 추산)을 맞바꾸자는 하마스 요구를 수용하라는 뜻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잔인한 선전전"이라고 비난했다. IDF가 공격 수위를 높이면 인질이 위험에 빠진다는 여론을 틈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흔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로니의 영상 속 발언은 하마스가 넘겨준 문구를 그대로 읽은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인질 가족과 여론은 동요했다. 알로니의 부친 리무스 알로니는 기자회견에서 "매분, 매초 너와 샤론(하마스에 납치된 다른 딸)을 생각한다. 꼭 집으로 데려오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