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헤어진 동생 찾아 달라" 80대… 신고 1시간 만에 형제 상봉

입력
2023.10.31 16:00
미국 이민 후 형편 어려운 탓 연락 두절 
45년 만에 귀국… 과거 살던 대구 방문 
"이름만 기억" 경찰 신고… 곧바로 찾아

45년 전 각자 어려운 형편에 서로 연락이 두절됐던 형제가 경찰 신고 1시간 만에 소재를 알아내 상봉했다.

31일 대구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윤모(86)씨는 전날 경찰서를 찾아 “45년 전 헤어진 동생(77)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윤씨는 1978년 미국으로 이민가며 동생과 떨어져 살게 됐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 지난 24일에 45년 만에 한국에 온 윤씨는 이민 전 동생과 함께 살았던 대구시를 찾았다가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나이가 더 들면 가족을 못 찾을 것 같다”며 “동생을 꼭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윤씨가 동생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던 탓에 기억하고 있는 건 이름 석자가 전부였다.

중부경찰서 실종전담팀은 곧바로 가족 찾기에 돌입했다. 통신 수사와 주민조회 등으로 동생 윤씨가 살고 있는 현 거주지를 특정했다. 이어 확보된 주소지로 직접 찾아가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바로 확인했다. 윤씨의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윤씨 형제는 중부경찰서에서 재회했다. 동생은 “형이 오래 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연락이 끊겨 걱정만 했는데 45년 만에 얼굴을 보게 됐다”고 기뻐했다. 윤씨도 “이렇게 빨리 동생을 만날 줄 몰랐고, 출국 전 재회하게 돼 기쁘다”며 “부모님 산소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형제는 “경찰에 정말 고맙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동호 대구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어려운 사정으로 오랜 시간 생사를 모르던 가족이 상봉하게 돼 기쁘고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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