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동반 증가'... 반도체가 일으킨 '경제 낭보'

입력
2023.10.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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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 13%↑, 수출도 증가 전망
대외 불확실성 커, 완연한 반등은 아직

산업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생산, 소비, 투자가 4개월 만에 '동반 증가'했다. 무엇보다 최근 한국 경제를 발목 잡고 있던 반도체 반등이 눈에 띈다. 1년 동안 뒷걸음질 쳤던 수출도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올해 내내 가라앉았던 경기가 회복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경제 아킬레스건, 반도체의 반등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9월 전산업생산, 소매판매(소비),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각각 1.1%, 0.2%, 8.7% 늘었다. 산업활동 3대 지표가 모두 증가한 건 5월 이후 처음이다. 3대 지표가 7월부터 좋아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3대 지표 동시 증가를 일시적 반등이 아닌 추세적 현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산업생산 중 제조업을 포함해 덩치가 큰 광공업생산은 1.8%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이 8월 13.5%에 이어 9월 12.9% 늘면서 광공업생산 호조를 이끌었다. 월별 반도체 생산이 2개월 연속 10%대를 웃돈 건 2009년 1, 2월 이후 14년 7개월 만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잦았던 반도체 생산은 부진을 벗어난 모습이다.

반도체 생산은 수출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 무역지수 및 교역 조건'을 보면 9월 반도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30.4% 늘면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아직 반도체 가격이 예년 수준을 밑돌아 수출 '금액' 실적은 저조하나 '양'은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3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가 3조7,500억 원으로 전분기 4조3,600억 원에서 축소했다는 이날 삼성전자 공시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은 다른 지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장에 재화가 얼마나 쌓여있는지 나타내는 9월 제조업 재고율은 113.9%로 전월보다 10.4%포인트 내려갔다. 제조업 재고율은 역대 최고(130.4%)까지 치솟았던 4월과 비교하면 더욱 안정적이다. 9월 반도체 수출 출하가 69.4% 늘어난 반면 재고는 6.7% 감소한 결과다.

설비투자가 8.7% 뛴 이유도 반도체 몫이 크다. 반도체 투자를 의미하는 제조용기계 일평균 수입액이 8월 4,370만 달러에서 9월 5,830만 달러로 증가하는 등 기계류 투자가 7.3% 늘었다.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항공사의 항공기 구입 확대 역시 설비투자를 키웠다.

"4분기도 개선"... 변수는 전쟁·고금리

반도체 개선에 따라 다음 달 1일 공개되는 10월 수출액 실적도 13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10월 수출액이 플러스로 확정되면 산업활동 지표 동반 증가에 이어 모처럼 만의 경제 낭보가 연이어 들어오는 셈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제조업 생산과 수출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경기 반등 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4분기에도 경기 개선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가 나 홀로 경제를 이끌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최근 반도체 대신 경제 효자 노릇을 했던 자동차 생산은 9월 7.5% 감소했다. 3분기 기준으론 5.3% 줄었다. 2021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1.2%)를 제외하고 줄곧 증가세였던 자동차 생산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 증가폭이 0.2%로 미미한 점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 우려, 미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 경기를 누를 대외 변수도 적지 않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가 저점을 찍고 서서히 올라가면서 생산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 확실한 경기 반등이라고 판단 내리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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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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