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파르게 뛰던 서울 아파트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경기 침체에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상승으로 방향을 틀자 시장 분위기가 다소 꺾인 분위기다. 집주인 매물도 대거 쌓인 터라 당분간 부동산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9,51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지만 이달 들어 매매 신고된 거래는 이날 기준 8가구에 그친다. 지난달(27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로부터 한 달인 점을 감안해도 거래량 감소폭이 크다. 반면 시장에 나온 아파트 매물은 832건으로 연초 대비(484건) 배 가까이 늘었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3,354건으로 한 달 전(3,849건)보다 뒷걸음질 쳤다. 이달 거래 건수도 1,091건에 그친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간이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8월 정점을 찍은 이후 주택 거래는 점점 위축 추세다.
이는 아파트 매물 추이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아실에 따르면 부동산중개업소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7만8,406건으로 아실이 통계를 낸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많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은 많은데 정작 이를 받아줄 매수인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전방위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려 서울 아파트값은 올 들어 꾸준히 우상향했다. 실거래가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8월 17%(한국부동산원) 뛰었다. 지난해 1년 치 하락분(-25%)의 절반 이상을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값 상승도 주춤하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주간 부동산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23일 기준 0.07% 올라 2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9%) 대비 상승폭이 축소된 건 물론이고 하락으로 돌아선 지역(강북구·-0.01%)도 나왔다. 최근 일주일을 기준으로 하면 서울에선 이전 최고가 대비 3~37%까지 하락한 '하락 거래'(37건·아실 집계)가 최고가 거래를 새로 경신한 거래(5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10월 23일 기준)도 전주 대비 0.5포인트 내려 7월 말 이후 가장 낮아졌다.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금융권 대출금리 상승세가 주택 매수세를 사그라들게 만든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은행의 고정 주택대출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설 만큼 대출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르다.
박덕배 금융의창(국민대 겸임교수) 대표는 "현 추세로 보면 내년 하반기까지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높은 데다 선거를 앞둔 시점 정책 변수까지 고려하면 집값 하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