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가 세계 축구사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 한 해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통산 8번째 거머쥐며 자신이 가진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아시아 수비수 최초로 후보에 오른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우뚝 섰다.
메시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샤를레 극장에서 열린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과 '축구 천재' 킬리안 음바페(25·파리생제르맹)를 제치고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됐다. 1956년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창설한 발롱도르는 세계 최고 귄위의 축구 시상식이다.
메시는 이로써 개인 통산 8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22세 때인 2009년 생애 첫 발롱도르를 거머쥔 메시는 2010년·2011년·2012년·2015년·2019년·2021년에 이어 올해 2년 만에 다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5회 수상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 나스르)와 격차를 더 벌렸다. 유럽 무대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활약하는 호날두는 이번 발롱도르 후보 30명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발롱도르는 전 세계 100명의 기자단이 투표로 결정한다.
메시는 이날 시상식 무대에서 세 아들의 축하 속에 발롱도르 트로피를 받았다. 시상자로는 메시의 소속팀 공동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이 나섰다. 메시는 "이런 업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다. 월드컵 우승으로 꿈을 이뤘는데 이 상까지 받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메시의 수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올여름 유럽 리그인 파리생제르맹을 떠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이 상은 지난해까지 모두 유럽 리그에서 뛴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4전 5기 끝에 월드컵 우승의 한을 푼 메시의 드라마는 8번째 발롱도르를 품게 했다. 비(非)유럽 구단 선수로서 수상하는 기록도 남겼다. 그는 바르셀로나(2004~21)와 파리생제르맹(2021~23)에서 활약하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메시와 경합을 벌인 홀란은 2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해 단일 시즌 최다 골(36골)을 포함, 공식전 52골을 몰아치며 맨시티의 트레블에 앞장섰다. 홀란은 한 해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게르트 뮐러상'을 수상했다. 메시는 "홀란과 음바페도 언젠가 발롱도르를 받게 될 것"이라며 "홀란도 이번 발롱도르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EPL과 UCL에서 득점왕으로 우승을 경험했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홀란을 향해선 "내년에는 네가 이 상을 받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아시아 수비수로는 처음으로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김민재는 2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출신 수비수로서 역대 최고 순위다. 특히 수비수 중 맨시티 소속 요슈코 그바르디올(크로아티아), 후벵 디아스(포르투갈)가 각각 25위, 30위를 차지해 김민재가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순위는 지난해 'EPL 득점왕' 손흥민의 1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