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어제 광주로 달려갔다. 5·18민주화운동 묘역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묵념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스스로 43년 전 시민군 통역을 하며 해외에 광주를 알리려던 진의를 다시 확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대하는 국민통합 의지가 어느 정도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특히 2020년 8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무릎사과’한 것을 연상시킨다. 인 위원장은 ‘북쪽을 향해 지켜주는 총이 왜 남쪽으로 향하는지, 너무 원통하다’는 시민군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파격 행보는 그러나 ‘호남 달래기’보다 ‘영남중진 수도권출마론’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통합’보다 ‘혁신’에 여론의 관심이 더 큰 까닭이다. 영남 다선 희생론을 언급하자 당내가 술렁이는 것부터 ‘선제적 기득권 포기’가 국민에 어필할 이슈라는 방증이다. 부산에서 3선을 한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지 3주가 넘도록 추가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인 위원장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스타의원들이 서울로 올라왔으면 한다”고 했고, 나아가 "주호영(5선·대구수성갑), 김기현(4선·울산남을)도 스타다”, “영남이 통째로 바뀌어야 한다”는 발언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김 대표가 결단으로 화답해야 변화가 시작됐음을 체감할 수 있다. 인 위원장도 상황인식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친윤계 핵심인사들의 살신성인으로 이어지면 정치권 혁신경쟁에 여당이 우위에 서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물론 험지출마론이 공천물갈이 자체로 이용돼서도 곤란하다. 혁신위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드러난 국정기조 전환 필요성, 김태우 후보가 사면받고 재공천되는 과정에 할 말을 못 한 당의 체질개선 요구 등이 분출하며 탄생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당장은 당 지도부의 솔선수범을 더 압박해야 다른 중진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다. 그것이 대선 후 돌아선 지지기반을 넓혀 총선에서 승리하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