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인건비 ‘시간당 1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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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0 17: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6주간 이어진 파업 끝에 미국 포드 자동차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파격적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정규직 임금은 최소 30%, 계약직 등은 두 배 인상된다. 향후 4년 반 동안 생산직은 최대 7만 달러(약 9,400만 원)를 더 받게 된다. 포드의 시간당 인건비가 2027년 88달러(약 12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미 은행 웰스파고가 추산했다. 외국 업체 평균은 50달러 중반이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미국 최근 40년 노사 투쟁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감격했다.

□ 2008년 구제금융으로 살아남았고, 경쟁력도 뒤지는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 어떻게 이런 임금 인상을 얻어냈을까. 미국 차 본고장 미시간주는 대통령 선거에 입김이 큰 주다. UAW 파업이 시작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시 달려가 파업 노동자 행렬에 동참한 첫 현직 대통령이 됐고,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도 다음 날 미시간에 날아왔을 정도다. 미 정부 제조업 일자리 보호 정책도 결과적으로 노조 교섭력을 강화했다. 앞으로 임금 인상 파업이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9%(연간 기준)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기업들 수익도 예상보다 크게 늘었지만, 정작 기업들은 비관적 분위기라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지갑을 닫고 있는 가운데 판매가격 인상으로 인한 일시적 실적이라는 것이다. 또 자동차 업계가 촉발한 임금 인상이 앞으로 얼마나 확산할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30년간 지속된 기업과 자본 우위 시대가 저물고, 노동자 임금이 장기간 오르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예측도 있다.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값싼 노동력을 풍부하게 제공하던 중국도 더 이상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탈세계화 속에서 나라별 노동자 교섭력이 강해지고, 은퇴자 부양 부담이 높아져 젊은 세대의 임금 인상 요구도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페인 UAW 위원장 말처럼 노사 관계에 거대한 전환이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정영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