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재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 요소로 전기자동차와 토네이도(내륙지방 용오름), 비브리오 패혈증의 확산이 지목됐다.
행정안전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잠재 재난 위험요소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상기후 등 재난환경 변화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새 위험요소를 탐색하고 선제 대응하기 위해 최초로 발간됐다. 행안부 소속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올 2월 신설한 ‘잠재재난위험분석센터’ 연구원들이 빅데이터 기법으로 위험요소를 발굴한 뒤 재난안전 분야 전문가 20명으로 꾸려진 ‘위험요소 평가ㆍ선정 위원회’의 검토를 거쳤다.
첫 번째 재난 위험요소로는 친환경 이동수단인 전기차가 꼽혔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국내에서도 전기차 화재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2017년 1만 대당 0.4건에서 지난해 1.12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내연기관차(1만 대당 1.84건)보다 빈도는 적지만, 피해는 훨씬 치명적이다.
전기차에 불이 나면 리튬이온배터리가 열폭주 현상을 일으켜 순식간에 1,000도까지 상승하는 탓에 차량 탑승자가 대피하기 어렵다. 밀폐된 배터리팩 내부로 물을 분사할 수 없어 진화하기도 힘들고, 배터리팩에서 방출되는 가연성 가스의 압력으로 화염이 옆으로 퍼져 불이 주변차량으로 빠르게 번진다. 지난해 인도 델리에선 전기차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100여 대가 전소됐고, 국내에서도 부산 한 아파트에 주차된 전기차에 불이 나 수십 초 만에 주변 차량 5대가 소실됐다. 배터리 열폭주 현상은 노후화 영향이 큰데, 시간이 갈수록 노후화가 진행됨에 따라 전기차 화재 발생 빈도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기차는 배터리팩을 비롯한 전용부품으로 인해 차량 중량이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300kg 더 무거워 도로 파손 및 교통사고 유발, 노후 주차장 붕괴 등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평가됐다. 최근 영국주차협회도 대형 전기차 때문에 노후한 다층 주차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기차 관련 방재 대책으로 소방대 진입을 고려한 전기차 충전구역 설치, 전기차 화재 진압 기술 개발, 여객선 내 전기차 소화 장비 배치 의무화, 주차시설 설계하중 보강 등을 제안했다.
두 번째는 내륙지방 용오름이다. 국내에선 드문 현상이지만 미국에선 올해 3월 24~27일 남부 지역에서 최소 30개 이상 발생해 미시시피주에서만 21명이 숨졌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대기 불안정이 확대되면 우리나라 내륙에서도 용오름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4년 경기 고양시에선 용오름으로 화훼농가 비닐하우스 등이 파손돼 15억 원 규모 재산피해가 났다. 특히 용오름은 다른 자연재해와 달리 발생 위치와 시점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사전 대비나 예방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용오름 관측 기법 및 데이터 확보, 대피소 마련, 건물 안전기준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풍수해로 인한 비브리오 패혈증 확산 위험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치사율이 50% 이상인 치명적 질병으로, 균에 감염된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상처 난 피부에 오염된 바닷물이 닿으면 감염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허리케인 상륙 이후 감염자 29명이 발생해 9명이 숨졌고,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매년 50명가량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하고 염분농도가 낮아지면 균의 대규모 증식과 확산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 대책으로는 풍수해 재난관리 매뉴얼에 감염병 대응 추가, 감염 예방 수칙 개발, 비상방역 체계 준비 등이 제시됐다.
행안부는 새로운 재난 위험요소를 계속 발굴해 반기별로 분석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대중교통 내 개인형 이동장치(전동 킥보드) 화재 위험과 돌발 가뭄으로 인한 여름 산불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재난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해 대비하는 것이 재난관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