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공매도 금지 논란... 당국 "원점에서 제도 개선"

입력
2023.10.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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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공매도 재개 불가피 입장 선회
개인투자자 "외국인·기관 규제 강화해야"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안 포함될 가능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불법 공매도 적발로 국내 자본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다시 불이 붙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 시기는 예상보다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 여부는 시장 상황에 달린 것이어서 전면 금지든 전면 재개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당장 공매도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최근 불법 공매도 적발 등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3월부터 약 1년간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는 2021년 5월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당국은 그간 "국내 공매도 규제가 해외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공매도 전면 재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올해 8월에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중장기적으로는 공매도 전면 재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했던 불법 공매도가 최근 사실로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홍콩에 기반을 둔 IB 두 곳(BNP파리바, HSBC)이 개인투자자 보호 방안 중 하나였던 '무차입 공매도 금지' 규제를 장기간 어겨 왔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냈고, 8일 만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국회에서 관련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원점에서 모든 제도 개선을 해보겠다"고 답해, 그간 '공매도 전면 재개는 불가피하다'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대폭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공매도 제도를 일부 보완한 바 있다. 개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기존 140%에서 120%까지 낮춰 외국인·기관(105~120%)과의 격차를 줄였고, 개인 공매도 상환 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개인에 대한 규제 완화보다는 외국인·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비중이 98%에 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기관은 공매도 상환 기간 제한도 없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지속해서 요구해 온 개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 철폐책과 함께 공매도 전산시스템 도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의 '정상 가격 발견'이라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개선안에는 '처벌 강화'안도 비중있게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과 제재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 14년간 불법 공매도로 적발되더라도 형사처벌까지 간 경우는 없었고, 과징금도 역대 최고액이 38억 원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해외 IB와 관련해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금전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형사처벌도 가능하도록 수사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던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국감에선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공매도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만큼 연내 전면 재개는 어렵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증시 상황과 내년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공매도 전면 재개까지는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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