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바이러스 전염병인 '럼피스킨병(Lumpy skin)'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전남의 일부 지자체들이 살충제를 구하지 못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여름철 소비가 많았던 살충제가 최근 동이 나면서 전남지역 최대 한우 주산지인 장흥군을 비롯해 일부 지자체들이 살충제 없이 소독약만으로 방역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도내 지자체들은 럼피스킨병 방역의 핵심인 살충제도 확보하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 방역'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무안군 망운면 한 농가에서 전남 첫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무안에서 한우 134마리를 사육하는 한 농장주는 지난 28일 키우던 한 마리 소에서 고열과 피부결절(혹) 등 임상증상을 발견하고 무안군청에 신고했다. 당일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의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29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럼피스킨병은 소의 감염으로 이어지는 바이러스성 가축병이다. 피부(스킨)에 다수의 단단한 혹(럼피)이 생기는 증상이 있어 이렇게 불리며, 전염력이 강해 제1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도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초동방역팀과 도 현장조사반을 투입해 해당 농장에 대해 출입통제 및 소독 등 방역조치를 취하고, 해당 농장의 사육 소에 대해서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또 해당 농장 농장 반경 10㎞ 이내에 있는 무안과 함평 소 사육농장 615곳에 대해서도 이동 제한과 소독 조치를 하는 등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비상 상황에도 일부 지자체들은 살충제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럼피스킨병은 주로 모기·파리 등 흡혈곤충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AI나 구제역과 달리 해충 구제가 핵심이다.
특히 한우 6만 1,978마리(1,744 농가)를 사육 중인 전남 최대 한우 주산지 장흥군의 경우 이미 보유 중인 살충제가 모두 소진돼 방역에 초비상에 걸렸다. 장흥군은 공동방제단을 구성해 매일 방역을 실시하고 있지만, 살충제가 없어 대신 AI 방역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실질적인 방역대책이 아닌 보여주기식 행정이 목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현재 군에서 보유 중인 소독약은 AI나 구제역 등에 사용되는 바이러스성 소독 제품밖에 없다"면서 "어쨌든 AI 예방 효과는 있는 데다 행정기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농가들이 불안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소독약이라도 뿌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가을철엔 살충제가 필요하지 않은 탓에 이미 여름철에 보유한 살충제를 모두 소진해 재고가 없다"며 "최대한 빨리 살충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빨라도 내달 3일에나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무안군 인접 신안군과 고흥군 등지에서도 살충제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신안군 방역팀은 조달청을 통해 살충제 구입에 나서고 있고, 보건소 등을 통해 소독 등 차단 방역만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흥군도 비슷한 실정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살충제가 일부 남았지만 양이 부족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살충제를 살포하고 주로 바이러스 예방에 사용되는 소독약을 사용하고 있다"며 "11월 초에 살충제를 구매해 농가에 배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앞서 지난 23일 도내 각 시·군에 살충제 구입 등을 위해 9억 원의 예산을 반영한 상태다. 또 목포와 나주, 강진, 영암 등 10개 시·군에서 사육 중인 소 29만 마리에 대한 긴급 백신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차량과 이동자 등을 통한 럼피스킨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있다"며 "소독용 사용과 살충제를 공동으로 사용해야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럼피스킨병의 전국 확산으로 살충제 구입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해명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럼피스킨병 바이러스의 1차 매개체는 모기나 파리 등 흡혈 곤충"이라며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선 해충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