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어가 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온통 친구들의 해외여행 사진이 가득합니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미국, 일본... 코로나 시기 억눌렸던 여행 욕구를 펼치려는 듯, 모두가 한껏 신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탄 것 같네요. 멋진 장소를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물건을 사는 친구들을 보자니 괜히 마음이 들뜨기도 합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해외여행객은 폭증했습니다. 1~9월 우리나라 국민 출국자 수는 누계 1,622만5,041명을 기록(법무부 통계)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배에 달합니다. 출입국자 수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19년의 같은 기간(약 2,228만 명)과 비교해도 70% 이상 따라온 수치입니다.
여행객이 늘면서 덩달아 뜨거운 관심을 받는 카드는 '마일리지 카드'입니다. 대한항공과 현대카드가 협업해 출시한 '현대카드 대한항공카드'는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올해 3분기 발급량이 161% 증가했고, 해외 이용금액은 216% 급증했습니다. 신한카드도 올해 들어 마일리지 카드 발급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고 하네요.
아직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못했거나, 조만간 떠날 계획이 있으신가요. 여행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매일 쓰는 카드로 항공권 구매 준비부터 차근차근 해 볼까요. 당신에게 꼭 맞는 마일리지 카드를 찾는 '꿀팁'을 공개할게요.
마일리지 카드는 긁을 때마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아주는 신용카드입니다. 몇 달에서 몇 년간 마일리지를 모아두면 공짜로 비행기를 탈 수도 있거든요. 온몸이 쑤시는 장거리 비행에서 이코노미 좌석을 비즈니스·퍼스트로 '업그레이드'할 때도, 항공사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 넓은 자리를 구매할 때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해외로 여행을 가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죠.
대표적인 게 대한항공·아시아나 마일리지 제휴 카드입니다. 현재 BC·하나·삼성·KB국민·현대·신한·롯데·우리·씨티·NH농협 등 웬만한 카드사에는 모두 마일리지 카드가 있습니다. 연회비는 2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의 '가성비형'부터 10만~70만 원에 달하는 '프리미엄형'까지 다양합니다. 카드마다 적립률은 대동소이하지만, 면세점이나 백화점 할인, KTX 승차권 할인 등 부가 혜택이 각기 다릅니다. 연회비가 비싼 카드는 대신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거나 수십만 원 상당의 선물 옵션 등 추가 서비스가 제공되죠. 전월 사용 실적이 중요한 만큼 자신의 소비 습관과 필요에 따라 선택이 가능합니다.
가성비 여행객을 위한 저가항공(LCC) 전용 카드도 있습니다. '유니마일'은 중국 결제 서비스인 유니온페이와 6개 저비용항공사가 2019년 5월 제휴해 출범한 마일리지 공유 서비스인데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중 어떤 곳을 이용하더라도 같은 마일리지를 적립하거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유니마일을 적립해 주는 카드는 하나카드의 '마일1(원)'이나 우리카드 '카드의정석 유니마일', IBK기업은행의 '원에어' 등이 있습니다. LCC 취항지가 일본·중국과 동남아를 넘어 미국까지 넓어지는 상황에선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군요.
해외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신용카드도 있습니다. 최근 신한카드가 내놓은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더 베스트'가 대표적입니다. 싱가포르항공이 세계 최대 항공 연맹인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기 때문에 활용도도 높습니다. 기존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던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얼라이언스 마일리지를 모으는 게 목표라면 이 카드를 고려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카드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더 플래티넘'은 적립 포인트를 16개 항공사 마일리지로 바꿀 수가 있다고 합니다. 대상은 대한항공부터 에티하드항공, 델타항공, 케세이퍼시픽, 에어프랑스, 카타르항공 등 전 세계 항공사를 망라하네요. 다만 연회비가 100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밥 먹듯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선택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이제 가장 궁금해할 질문은 이거겠죠. 카드를 얼마나 써야 공짜로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한 번이라도 타보려면 몇 년간 마일리지를 모아야 하는 걸까요.
가까운 곳부터 계산(평수기 편도 일반석 기준)해 봅시다. 대한항공으로 인천에서 도쿄까지 가는 데 필요한 마일리지는 1만5,000점입니다.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 주는 카드라면 산술적으로는 1,500만 원을 쓰면 된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동남아 노선은 2만 점, 북미·유럽 노선은 3만5,000점이 필요합니다. 같은 노선에서 마일리지를 비즈니스 업그레이드에 쓰려면 평수기 편도 기준 도쿄행은 1만 점, 동남아는 1만7,500점, 북미·유럽행은 4만 점이 필요합니다. 한 달에 카드로 100만 원을 쓴다면 일본은 1년 남짓, 미국은 3년 남짓 부지런히 모아야 하네요.
너무 오래 걸린다고요? 소비로 쌓는 마일리지 외에도 10년간 누적되는 비행 마일리지(대한항공 일반석 편도 기준 도쿄행 758점, 뉴욕행 6,865점 등)도 있고, 카드사별로 가입 조건에 따라 '웰컴 보너스'를 준다거나 특정 가맹점에 가면 2마일 이상을 적립해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모을 수도 있을 겁니다.
카드 할인의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마일리지 카드의 '피킹률'을 잘 들여다보는 편이 좋습니다. 카드 피킹률이랑 월 평균 혜택 금액을 사용 금액으로 나눈 수치인데요, 마일리지 카드의 경우 카드 종류나 노선, 좌석, 시기 등에 따라 피킹률이 천차만별이거든요.
예를 들어 도쿄까지 일반석이 편도 24만 원일 경우 마일리지당 가치는 16원(24만 원÷1만5,000점)입니다. 1,000원당 1.5마일을 적립하는 신용카드로 100만 원을 쓰면 2만4,000원(1,500마일×16원)을 적립하는 게 되니까 피킹률은 2.4%에 불과하네요. 같은 방법으로 뉴욕행 편도 티켓은 마일리지당 가치가 39원 정도 하는데요, 이 경우 피킹률이 5.85% 정도로 높습니다. 통상 피킹률이 5% 이상일 경우 혜택이 좋다고 말합니다. 결국 마일리지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마일리지로 비행기 좌석을 예매하는 것은 경쟁률이 높아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휴가 기간이나 '좋은 시간대'를 노린다면 사실상 좌석이 열리자마자 '광클'을 해야 할 수도 있죠. 오히려 특가 항공권을 찾는 편이 돈을 아끼는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
공항에서 환승을 하느라 오랜 시간 대기를 하거나 밤을 지새워야 할 때 가장 간절한 곳은 라운지입니다. 다양한 음식과 주류, 편안한 자리가 무료로 제공되고 샤워시설이 갖춰진 곳도 있는 만큼 언제나 인기 만점이죠.
보통은 항공사가 자사 퍼스트·비즈니스 고객 대상으로 제공하는 공간이지만, 카드 한 장만 있으면 이코노미 승객이라도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PP(Priority Pass)'인데요. 카드만 보여 주면 전 세계 148개국 600여 개 도시에 있는 1,400여 개 공항 라운지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멤버십'입니다. 99~469달러(13만~61만 원)를 내고 PP카드를 직접 발급받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제휴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연회비가 10만 원 넘는 신용카드 중엔 PP카드를 '선물'로 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최근에는 새로운 라운지 멤버십도 많아졌습니다. 이용 가능한 라운지가 850여 곳으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제휴 카드 연회비가 훨씬 저렴한 '라운지 키'나, 편리하게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더 라운지 멤버스'도 있습니다. 국내 공항의 경우엔 멤버십 제휴가 아니더라도 라운지 이용권이 혜택에 포함된 카드가 많습니다. 마일리지 카드를 발급받으면 보통 셋 중 하나의 멤버십이 얹혀 있는 경우가 많죠.
다만 최근에는 제휴 신용카드를 통한 PP 고객이 크게 늘면서 제휴 고객에겐 시간 제한을 두거나 출입을 거부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하네요. 여행의 시작을 망치지 않도록 미리 알아보고 떠나는 편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