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대장 용종’이 발견됐는데…

입력
2023.10.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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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52세 A씨는 직장 건강검진에서 대장 용종(茸腫·폴립) 3개가 발견됐으니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대장 폴립 2개는 염증성이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나머지 한 개는 크기가 커서 절제하지 못하고 조직 검사만 시행했는데 선종(腺腫·adenoma)으로 진단돼 폴립제거술을 받고 추적 관찰을 받기로 했다.

대장 폴립은 대장 내벽에 자라나는 세포 덩어리다. 대부분 몸에 해롭지 않지만 일부 폴립은 시간이 지나면 대장암으로 되기에 문제다. 대장 폴립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가 증상이 나타날 때쯤에는 암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30~40%에게서 대장 폴립이 발견된다. 대장 폴립 중 암으로 악화할 위험이 있는 것을 선종이라고 한다. 선종은 5~10년이 지나면 대장암으로 될 수 있기에 제거해야 한다.

대장 폴립을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률은 70~90%, 사망률은 50% 줄기에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검사로 대장 폴립을 제때에 발견하고 없애야 한다.

대장 폴립이 3개 이상 발견되거나 크기가 1㎝가 넘거나, 오른쪽 결장에서 발견된 폴립이거나, 융모선종·관상융모선종·유경성 폴립·톱니 모양 대장 폴립은 대장암으로 이행하기 쉽다. 대장 폴립이 있으면 혈변을 보거나 항문 출혈이 간혹 나타날 수 있다, 만성 장출혈로 철분 결핍성 빈혈이 생기거나 설사·변비가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복통이 생길 수 있다.

대장 폴립은 왜 생길까. 가족성 선종성 폴립증을 비롯해 대장 폴립이 잘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 원인일 수 있지만 흡연·과음·고지방 저식이섬유 식사·비만·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이 원인일 때가 더 많다. 당뇨병·염증성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들면서 대장 폴립 발생 위험이 커진다.

빈혈·대변 잠혈 검사로 대장 폴립 여부를 간접적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대장 내시경검사가 가장 정확한 진단법이다. 내시경검사를 받기 힘들면 대장 조영 검사, 캡슐 내시경,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대체할 수 있다.

대장 폴립의 표준 치료는 내시경적으로 이를 제거해 대장암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A씨처럼 대장 폴립 진단을 받은 후에는 얼마 정도의 간격으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지침에 따르면, 특별한 증상이나 대장암 가족력이 없고 50세가 넘었다면 5년마다 한 번씩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고, 부모·형제 중 55세 이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거나 나이와 관계없이 2명 이상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면 40세부터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

하지만 대장 폴립을 제거한 적이 있다면 1㎝ 미만 대장 폴립이 1~2개 있는 저위험군은 5년마다 추적 검사만 하면 되지만, 1㎝ 이상 폴립이 3개 이상 발견된 고위험군은 3년 후 추적 대장 내시경검사를 권고한다.

대장 폴립은 유전·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발생하므로 통제 가능한 환경적 요인을 조절해 예방해야 한다. 대장 폴립을 예방하려면 채소·과일·현미 잡곡밥을 즐겨 먹고 고지방 식사나 적색육 섭취를 줄여야 한다. 음식 조리 시 굽거나 튀기는 조리법보다 삶거나 찌는 방법이 권고된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금연·절주를 실천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