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에 충청 출신 여성인 친(親)이재명계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했다. 정책위의장에는 호남 출신 비(非)명계인 3선 이개호 의원을 지명했다. 당무복귀 첫 일성으로 ‘통합’을 내건 지 닷새 만으로, 이번 인선은 이 대표의 당내 갈등 해소 의지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돼왔다. 민주당은 “이 정책위의장이 대선 경선 때 이낙연 후보를 지지한 분이라 탕평책”이라고 설명했다. 구색을 맞추긴 했으나 내용상으론 가뜩이나 ‘친명 일색’인 지도부 색깔이 강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당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최고위원 한 자리가 지난달 25일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이 물러나면서 생긴 공백이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의 극렬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비명계 공격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점이다. 지난 24일엔 지지자 10여 명이 비명계 이원욱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왜 당대표 사진이 없냐”며 욕설을 내뱉는 추태를 부렸다. 한 현수막에는 윤영찬, 조응천 등 9명 의원의 얼굴을 ‘수박’으로 합성한 사진과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배신한 매국노를 처단할 것’이란 문구가 적히기도 했다.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가 도처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처럼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어제 소셜미디어에 “작당해서 당대표를 체포하라고 동의한 이들이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며 당을 흔들어대는데, 왜 아무런 조치도 없는 걸까”라며 가결파 징계를 주장했다. 이 대표의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메시지조차 먹혀들지 않고 있다.
극성지지층의 난동이 버젓이 용납된다면 민주당에 찾아온 모처럼의 기회가 날아갈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들의 과격한 행동이 총선 공천을 앞둔 여야 혁신경쟁에 어떻게 작용할지 이 대표는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당내 경선을 침해하는 개딸들의 정치테러가 공론화될 경우 민주당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실질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실기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