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이란 대표, 나란히 방러… 이스라엘 "즉각 추방하라" 반발

입력
2023.10.27 09:06
하마스와 인질·러시아인 구출 논의
이란과는 핵 프로그램 문제 논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란의 대표단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나란히 방문해 러시아 외무부 고위 인사들과 회담했다.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러시아 측에 하마스 대표단을 즉각 추방하라며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하마스 고위 간부 무사 아부 마르주크가 이끄는 대표단을 만나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을 즉시 석방하고, 러시아인과 다른 국적 시민들을 구출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하마스도 텔레그램 성명에서 대표단이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가자지구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보그다노프 차관은 중동·아프리카 담당 대통령 특별대표를 맡고 있다.

하마스는 이번 회담에서 "서방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범죄를 막는 방법을 논의했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 중동 문제 해결 방안으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수립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러시아는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하마스, 이란 등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과 하마스 대표단 간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은 "접촉은 외무부 수준에서 이뤄진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표단을 추방하라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하마스 대표단을 초청한 것을 개탄한다"며 "하마스는 이슬람국가(IS)보다 나쁜 테러 조직이고, 하마스 고위 인사들의 손은 학살된 이스라엘인들의 피로 얼룩져 있다"고 밝혔다.


이란도 이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고위 외교관들과 회담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알리 바게리카니 이란 외무부 차관은 보그다노프 차관과 만나 중동 지역 분쟁 확산 가능성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양국은 가자지구에 대한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신속히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러시아 외무부는 전했다.

이란 핵협상 대표이기도 한 바게리카니 차관은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을 만나 이란 핵 프로그램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제재 종료 문제도 논의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역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 온 이란과 군사적·외교적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그다노프 차관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조만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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