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개 악취물질 제거는 사실상 불가능... 농도 기준 아닌 총량 관리 필요"

입력
2023.10.30 14:00
류희욱 한국냄새환경학회장 자문 
"악취는 감성공해... 주관성 강해
대기오염물질보다 관리 어려워
주민-업체 상호 이해도 높여야"

<편집자주>

※한국일보가 연재한 기획시리즈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취재팀은 특정 주소지에 대해 중복 악취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된 지역인 서울 송파구 송파자원순환공원(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전문을 지자체와 학계 등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해당 주민들 진술에 대한 류희욱 숭실대 화학공학과 교수(한국냄새환경학회장)의 자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합니다.※

한국냄새환경학회장인 류희욱 숭실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자원순환공원 내 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의 악취저감사업을 자문해왔다. 류 교수는 최근 5년 간 전국 최다 중복 민원이 접수된 송파자원순환공원 사례가 오히려 주민-업체-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악취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한 모범 사례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18일 류 교수를 만나 구체적인 구상을 들어봤다.

류 교수는 우선 악취 피해가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뇌에서 가장 잘 기억하는 게 냄새"라면서 "냄새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으면 그 냄새에 민감해지는 등 수용체의 경험치와 민감도에 따라 반응이 매우 상이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류 교수는 악취가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인 반응이 큰 '감성 공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대기오염물질 저감보다 악취 저감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 류 교수의 설명이다. 류 교수는 "대기오염물질은 규제 대상이 안정돼 있지만, 악취의 원인이 되는 물질은 수십만 종에 달한다"면서 "특히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에서 나오는 수백종의 냄새유발물질들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주요한 악취물질들은 여러 기술들을 연계한 복합기술로 최대한 강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과 업체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악취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류 교수는 "악취 농도를 낮추는 어려움과 악취의 특성을 주민들도 이해하고, 주민-업체-지자체가 악취 저감 달성을 위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체는 음식물쓰레기 반입·저장 과정에서 악취 누출을 줄이고, 시설 청소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송파자원순환공원과 관련한 주민-업체-지자체의 노력은 현재까지 매우 긍정적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협력한다면 악취분쟁을 해결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교수는 또 이 같은 사례가 제도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악취 민원이 잦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은 3개 주체가 협의체를 구성해 배출 기준을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오염물질처럼 악취도 배출 허용 농도가 아닌 배출 총량을 관리하는 총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윤현종 기자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