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금 600억, 약 8만건을 5년 간 전결 처리한 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3.10.26 21:10
"국민 성금을 의결 감독 받지 않고 사용"
이해식 의원 "혼자 진행, 믿기기 않는 일"
"국민권익위 채용비리 관련 내달 고발"
"채용 비리는 없다" 협회장 발언과 배치

채용 비리, 짬짜미 계약 비리 등의 의혹을 받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김정희 사무총장이5년 동안 약 600억 원의 국민성금을 결재,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호협회에 대한 행정안전부 사무검사에서는 지적 사항 17개가 나왔다. 행안부는 “위법 사항이 나타나면 고발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행안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해구호협회로부터 (자료를 요구한 지) 50일 만에 일부 자료를 받았는데, 놀라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가장 놀라운 것은 사무총장이 전결로 결재한 게 지난 5년간 7만8,000건, 593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희 사무총장은 협회 경력직 직원 채용 과정에서 각 직무에 특정 이름을 콕 집은 뒤 “서류 심사 때 94점, 92점 식으로 막 주고, 나머지는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박하게 주라”고 지시하는 등 채용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 의원은 또 “어떻게 사무총장 한 사람이, 국민이 성금으로 낸 것인데, 그걸 의결도 받지 않고, 감사도 받지 않고 혼자 진행해서 다 쓴 건지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입법을 통해서 보완을 해야겠지만, 행안부가 각별하게 관심을 갖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7건의 지적을 철저히 검토해서 위법 사항이 나타나면 바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행안부는 구호협회에 대해 11~18일 사무검사를 실시했다.

이날 이 장관에 대한 이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처음으로 나온 ‘지적 사항 17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판 기사에 ‘묻지 마’ 식 소송으로 성금 낭비 △공연ㆍ용역 몰아주고 성금으로 측근 챙기기 △짬짜미 구호품 납품 비리 등 앞서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비슷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감장에선 “채용 비리는 없다”고 한 송필호 재해구호협회장의 지난 10일 국감장 증언과 대치되는 내용도 나왔다. 이 의원은 “채용 비리 관련해선 11월 중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들었고, 짬짜미 계약 비리는 행안부가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하자, 이 장관은 “맞다”고 밝혔다.

정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