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허위보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등 언론인들을 추가 압수수색하면서, 언론을 상대로 한 수사 범위를 한껏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매체만 다섯 곳.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검찰은 "허위임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진행된 왜곡 보도만 수사한다"고 반박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26일 허위보도로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전직 기자 1명의 주거지도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언론사 사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압수수색을 받은 언론인은 2021년 10월 21일 무렵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대장동 개발특혜 비리 의혹을 부실수사했다'는 취지로 기사를 쓴 기자들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일 때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씨의 혐의를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검찰은 대장동 초기 사업자 이강길 전 씨쎄븐 대표의 발언이 왜곡돼 보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향신문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중 대장동 대출 건도 살펴봤고, 1,100억 원대 대출 알선 대가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 인척인 조우형씨에게 10억3,000만 원을 준 사실을 중수부가 인지했다"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 뉴스버스 역시 이 전 대표 인터뷰와 경찰 수사 기록상의 조씨 진술 등을 근거로, 대검 중수부가 조씨와 주변 계좌 추적까지 하고도 입건하지 않는 등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1년 대장동 대출 건은 중수부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점 △조씨에 대한 계좌 추적도 없었던 점 등을 확인하고도, 해당 기자들이 허위로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최근 이 전 대표를 불러 "대검 중수부가 조씨의 돈거래를 알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적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왜곡 보도 정황의 근거도 다졌다.
언론 수사를 두고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상실시켜 권력에 길들이고자하는 의도"(한국기자협회)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검찰은 제한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단순 오보까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은 절대 없다"면서 "이번 압수수색은 (기자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부분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취재원을 통해 확보한 취재자료를 왜곡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왜 그런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는 개별 기자들을 넘어 취재·보도가 특정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한 세력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검찰이 지난달 14일 압수수색한 뉴스타파는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근거로 보도했는데, 김씨와 신씨 사이엔 '책값 1억6,500만원'이라는 의심스러운 금전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최재경 녹취록'을 보도한 리포액트의 취재 과정에도 민주당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외부 세력과) 무관하지 않게 (보도가) 진행됐던 정황들이 있다"며 "의심스러운 개입 등을 포함해 전체적인 경위를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