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우리나라의 수출 성장률이 세계 평균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인도·베트남 같은 신흥국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26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수출입동향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20일 기준 우리나라 올해 무역수지는 234억 달러 적자(수출 4,981억 달러, 수입 5,216억 달러)였다. 수출은 최근 12개월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는데 8월부터 감소율이 한 자릿수를 보이며 되살아날 가능성을 보였다. 1~7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역성장(-12.9%)을 기록하며 수출 순위가 6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6월부터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는 상반기에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크다.
무엇보다 9월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이 각각 0.4%, 3.7% 늘어난 반면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은 24.3%나 줄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의 차이가 18%, 19.7%로 역대 가장 좁아졌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수출이 연평균 3.6% 성장에 그치면서 중국(9.7%), 미국(5.9%) 등 주요국은 물론 세계 평균(7.0%)을 밑돌았다. 2008~2012년 우리나라 수출은 연평균 8.1% 성장해 세계 평균(5.7%)보다 높았다. 전 세계 수출이 역성장(-0.8%)을 기록한 2013~2017년에도 우리나라 수출은 성장세(0.9%)를 유지했다. 무역협회는 "2017년을 기점으로 (수출) 성장 속도가 정체됐다"고 평가했다.
수출 성장세가 꺾인 건 ①만성적 인력 부족 ②투자 정체 ③가격 및 가치 경쟁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인데 앞으로 이런 부분이 좋아질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무역협회는 "매년 35만 명 수준의 생산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인구 부족 상황에도 여성 인력의 경제 참여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여성 노동 참여율은 OECD 평균(65.8%)보다 낮은 61.8%다. 각종 규제로 투자 부족, 고부가 가치 기업이 적은 점도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 설비 투자와 외국인 투자 유입은 더딘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는 크게 늘었다. 외국 기업의 한국 직접 투자 대비 우리 제조업의 해외 투자 배율은 2018년 2.3배에서 2021년 6.1배로 뛰었다.
무협은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자국우선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간 협력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중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 수출 시장을 겨냥한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협은 "20년 동안 선진국 경제 규모가 약 2.1배 커지는 동안 신흥국 경제는 약 5.9배 성장했다"며 "1인당 실질 GDP 또한 선진국은 1.3배 늘었지만 신흥국은 2.1배 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 수출은 제한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무협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수요가 얼마나 되살아나느냐가 회복세를 좌우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의 생산 역량이 집중된 ICT 제조업은 2024년 글로벌 수요를 되찾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