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검찰 ‘대선보도’ 수사···언론자유 위축 우려된다

입력
2023.10.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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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비리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던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등 3명의 주거지에 대해 검찰이 26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실명 인터뷰 당사자가 2년간 문제 삼지 않았고 단정적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도, 고의적 허위보도로 보고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언론계에 던지는 충격파가 크다.

검찰은 2021년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보도에 인용된 이강길 전 씨쎄븐 대표의 인터뷰가 허위로 왜곡됐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기사에는 이 전 대표가 “검찰 면담에서 내가 (대장동 대출 조건으로) A씨(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10억3,000만 원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더니 (수사를) 접더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은 최근 이 전 대표를 소환조사하며 “대검 중수부가 조씨의 돈거래를 알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만약 이 전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기자가 조작했다면, 보도가 나왔을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의문이다.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청구 등을 제기해서 언론보도를 바로잡는 것이 보통이다.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에게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 부분도 직책에 따른 상식적인 추정일 뿐이다. 조우형씨의 반론도 기사에 들어가 있다.

이런 정도의 취재와 보도가 강제수사의 대상이 되는 건 언론자유에는 재앙 수준이다. 권력 감시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매체는 5곳에 이른다. 물론 악의적인 허위·날조를 자행했다면 형사 책임까지 져야겠지만, 검찰의 행보는 갈수록 선을 넘고 있다. 오로지 윤 대통령 관련 의혹을 제기한 매체만 수사받는 점도 공교롭다. 더구나 특별수사팀(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까지 꾸려서 기자들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행태는 전례조차 없었다. 검찰 역사와 언론 역사에서 크나큰 퇴행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