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나비를 구해야 하는 이유..."그들이 존재하니까"

입력
2023.10.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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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다이크먼의 '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한때 흔히 보이던 많은 나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린시절 동네를 한 바퀴 돌면 쉽게 만날 수 있던 호랑나비, 노랑나비, 배추흰나비를 이제 어디가서 볼 수 있을까. 곤충을 포함해 많은 생명이 급격한 환경 변화로 자취를 감춰가는 이때, 북미에 사는 한 환경운동가는 제왕나비를 떠올렸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모지(emoji·컴퓨터 문자를 조합해 만든 그림 기호)에서 볼 수 있는 주황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한 나비. 바로 북미를 대표하는 제왕나비다.

환경운동가이자 생태학자인 사라 다이크먼은 서식지가 파괴돼 개체수가 급감한 제왕나비를 직접 따라가는 실험에 나선다. 신간 '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는 그가 '제왕나비의 대이동'이라고 불리는 이 긴 여정을 자전거로 따라간 기록이 담긴 에세이다.

제왕나비에 관해서 널리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매년 멕시코에서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캐나다까지 이동했다가 겨울이 되기 전에 다시 멕시코로 돌아오는 여행길에 오른다는 것. 저자는 264일 동안 멕시코, 미국, 캐나다 3국을 가로지르며 여행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나비를 연구하고 보존하려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제왕나비의 생태에 대한 재밌는 정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왕나비들은 섭씨 17.5도가 넘는 기온에서 날 수 있어 봄이 올 때까지 멕시코의 숲 나무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높이 날아올라 북쪽으로 향한다고 한다. 북쪽으로 이동하면서는 밀크위드나무에 알을 낳고, 그렇게 태어난 다음 세대의 제왕나비도 부모가 하던 여행을 릴레이로 이어간다. 캐나다까지 이동한 제왕나비들은 기온이 내려가면 다시 남하한다. 무려 3~5세대에 걸쳐서 대륙을 종단하는 릴레이 경주. 이 대장정은 출발점인 멕시코에서 끝이 난다.

길이 필요 없는 제왕나비와 달리 땅 위의 길을 달려야 하는 여정이 순탄할 리 없을 터. 책에는 길가에서 노숙하고, 자전거로 다리를 건너지 못해 차를 얻어 타며 길을 재촉하는 지은이의 고행담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며칠 내내 제왕나비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에 떨었다가 결국 발견한 나비 한 마리를 이정표를 삼아 이어가는 이 고생길에는 수많은 이들이 함께한다. 나비들의 여행 경로에 밀크위드나무를 키워 나비들이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하고, 애벌레가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돌보는, 자칭 '나비 집사'들이다. 저자는 그렇게 이 길이 멸종의 길이 아니라는 희망의 증거를 찾았다. 그리고 비로소 '왜 우리가 제왕나비를 구해야 하는가'라는 세상의 우문에 답한다. "제왕나비가 존재하니까!"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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