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미·러 대결 속 ‘가자지구 결의안’ 채택 또 불발

입력
2023.10.26 09:10
'교전 일시 중지' 담은 미 결의안...러·중 "거부"
'휴전 촉구' 러 결의안은 미·영이 거부권 행사
18일 이어 또 파행...확전 위기 속 안보리 '마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확전을 막고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잇따라 논의됐으나 모두 채택되는 데 실패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초안을 제출했는데, 양국이 상대방 결의안을 거부함에 따라 무산된 것이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먼저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군사행위의) 일시 중지’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민간인 보호 등 국제법의 존중을 촉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필수 구호품 지원을 위해 교전을 일시적으로 멈추라는 내용이 골자다. 러시아가 주도한 결의안은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교전 일시 중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제출안은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0국의 찬성을 얻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반대표로 부결됐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선 이사국 9곳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며, 5개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 어느 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이어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 대해서도 표결이 진행됐으나, 미국과 영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 처리됐다. 찬성표를 던진 곳은 4개국에 그쳤고 나머지 이사국은 기권했다.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자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를 비난했다. 이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악의적으로 아무런 협의도 없이 문서를 제출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실리 네벤지아 주유엔 러시아 대사 역시 “미국의 결의안 초안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안보리에선 지난 18일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불발됐다. 당시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2국이 찬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이스라엘의 자위권 언급이 없는 결의안 초안에 실망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