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키우고 노약자를 돌보는 가족의 돌봄노동 없이 자본주의는 유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왜 돌봄노동은 여성에게 집중되고 그 과실은 남성들이 차지하는 것일까.
낸시 폴브레(71) 미국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에서 경제학적 개념과 이론을 동원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2021년 미국에서 출간됐고 폴브레 교수의 제자인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번역했다.
책은 돌봄노동의 젠더화 현상, 돌봄노동의 저평가, 돌봄에 참여하면서 받는 불이익 등 페미니즘 경제학의 주요 개념들을 두루 살핀다. 여성 자신의 선호에 의해 돌봄노동의 젠더화에 작용했다는 주장(신고전파 경제학)을 소개하는 한편, 돌봄노동에 대한 여성의 선호·선택은 제도적 제약에 따른 것이라는 반론을 병렬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성향이나 선호에 따른 것이든 사회적 조건에 따른 것이든,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한 (여성의) 경제적 불이익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저자는 일침을 놓는다.
돌봄 불이익을 단지 젠더 프리즘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은 확장성이 있다. 이민자 여성을 싼값에 고용해 시장노동과 가족돌봄을 쉽게 병행하는 고학력 백인 여성이 좋은 예다. 젠더, 계급, 인종, 시민권 여부 등 여러 요소를 ‘교차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돌봄사슬’ 관점에서 돌봄 불이익의 해법을 찾자는 얘기다.
돌봄노동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낮은 보상으로 여성들에게 이타적 행동을 강제한다면 그 결말은 재생산(출산)의 감소와 자본주의의 위기다. “자본주의 편익이 일부에게만 쏠리고 건강과 환경비용이 누적된다면 이 체제도 구부러지고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가 서늘하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