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死生決斷)'이라는 고사성어 한 번쯤 들어보셨죠. 사전적 의미로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 하는 자세'를 뜻하는데요.
현실에서도 언제나 사생결단의 승부를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 선수들입니다. 수영, 빙상, 육상 등 속도 경기는 0.01초 차로 승패가 갈려 메달의 색깔이 바뀌기도 하고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테니스 경기의 경우 한번 지면 아예 탈락하게 되죠.
무한경쟁 구도 속에 놓인 현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시든 취업이든 연애든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야만 합니다. 여기에 1등만을 기억하는, 1등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 구도까지 더해져 최상위권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개인적 불안에 시달립니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상에 올라서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실패한 걸까요?
이번 주 별별치유가 추천하는 콘텐츠는 노래 '폭죽과 별'입니다. 보컬 그룹 SG워너비 출신 가수 김진호가 직접 작곡·작사한 곡입니다.
가사는 폭죽의 이야기로 시작해, 폭죽이 동경하는 별과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폭죽의 성장으로 노래는 끝납니다.
"나를 터뜨려 줄 힘 있는 사람만 기다렸네 / 하늘 위로 날아올라 반짝이고 나면 /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겠지 소리쳐 주겠지 / 나 그 기분이 좋았고 딱 그 위치가 좋았어"
높은 곳에 올랐을 때 사람들의 환호가 좋았던 폭죽은 계속해서 '하늘 위로 날려줄 사람만을 찾게' 됩니다. 결국 '그들의 손에 길들여져 버린' 폭죽은 '다시 재가 되어 땅에 내려'갑니다. 사람들은 재를 밟고 떠나가죠.
김진호는 2021년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죽과 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18년간의 연예인 생활을 대입해 폭죽과 별에 대한 생각을 했다"며 "폭죽은 화려하게 터져 주목을 끌고 찰나의 기쁨을 주지만, 소비된 이후 재가 돼 가라앉는다. 재가 흙과 섞여 경이로운 것을 피워내기도 하지만, 그 마음을 갖기도 전에 스스로를 버려졌다고 여기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화려하지만 또 언제 내려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위태로웠던 김진호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런 폭죽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별'에 묻습니다. "너희들은 좋겠다. 계속 빛나고 있으니." 하지만 별은 답합니다. "계속 빛을 내고 있으면 사람들은 빛인 줄도 몰라. 외롭거나 누군가 그리운 날들이 오면 그제서야 가끔씩 별들을 바라본다."
폭죽의 시선에선 별은 항상 떠 있기에 좋아 보인 걸까요. 하지만 별은 폭죽과는 또 다른 자리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반짝이며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폭죽과 달리 별은 '침묵으로 빚어진 외로운 빛'으로서 묵묵히 존재할 뿐입니다.
그제야 폭죽은 재가 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폭죽은 또다시 재가 돼 땅에 내리고 여전히 사람들은 흙을 밟고 떠나갑니다. 하지만 폭죽은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별은 계속 하늘을 빛내겠지 / 폭죽은 흙이 돼 땅을 빛내겠지 / 하늘과 땅 그사이에 머물던 / 우리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네"
김진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폭죽은 폭죽대로 별은 별대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하늘과 땅을 빛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잘못된 기준으로 개개인에게 별이 되지 못했다고 책망하고 있던 건 아닐까요? 우리는 정상의 자리에 있어야만, 승리를 거둬야만, 그 존재 가치를 다하는 걸까요? 하늘에 있든 땅에 있든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빛을 낸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높이 떠 하늘을 빛내는 별'이든, '흙(재)이 돼 땅을 빛내는 폭죽'이든, '하늘과 땅 그사이에 머무는 사람들과 함께 길 위를 걷는 발판이 돼준다'면 우리는 그것대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승패, 순위, 성적 등 결과 하나만으로 규정되는 획일성이 지긋지긋한, 또는 정상에 도달하지 못해 속상하고 불안한 독자분들에게 김진호의 '폭죽과 별' 노래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