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는 점차 늙어간다. 고령화가 저출생 문제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유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기대 수명은 늘고 출생률은 줄어드는 까닭에 많은 부국은 저성장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러나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아직 오르지도 않은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마저 ‘저출생-고령화’에 직면했다. 성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와 태국 방콕포스트 등을 종합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가운데 고령화 우려가 가장 큰 나라는 태국이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4%로, 20년 전(7%)보다 두 배나 늘었다.
유엔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각각 분류한다. 프랑스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115년, 미국은 69년, 일본은 26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태국의 20년은 대단히 빠른 속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00달러 수준인 개도국 태국이 선진국 정도의 부를 축적하기 전에 ‘늙은 사회’가 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현재의 태국과 비슷한 고령 비율을 보이던 시기에 태국보다 5배 부유했다”고 지적했다.
태국만의 일은 아니다. 베트남은 1인당 GDP가 태국 절반 수준인 4,000달러지만, 고령화 속도는 태국보다 더 빠르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선진국보다 낮은 소득 수준을 가진 상태로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는 한참 성장해야 할 국가의 발목을 잡는다.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약화가 경제를 짓누르고, 의료비와 복지 지출 증가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안겨 인프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싱가포르는 당장 코앞에 닥친 일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퇴직 후 소득 없는 기간을 줄임으로써 사회안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국회 문화교육위원회는 24일 “젊은 노동자의 질적 향상과 노동 가능 인구 퇴직을 지연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