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표 전 받는 통계... 문 정부는 불법, 윤 정부는 합법인 까닭

입력
2023.10.26 08:00
문 정부는 '작성 중' 통계 받고
윤 정부는 '작성된' 통계 받아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통계 마사지’에 직접 관여했다는 통계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5월 10일부터 올해 8월 30일까지 통계청에서 620건의 통계 자료를 사전 제공받았다”고 맞불을 놨다. 이 중 대통령실에 간 건 111건으로, 두 정부 모두 통계 자료를 미리 받아 본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얘기다. 같은 당 한병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불법적으로 통계를 제공받았다는 건 정치 공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야당이 내건 논리는 통계 자료의 사전 제공 등을 명시한 ‘통계법 27조의2’에 어긋난다. 문재인 정부가 통계청으로부터 미리 보고받은 통계(가계동향조사)는 작성 중인 상태로, 통계법은 미완성 통계의 사전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완성 통계를 미리 받아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 법에 따르면 작성 중인 통계는 통계청이 새로운 통계 작성, 기존 통계를 변경하기 위해 관계 기관‧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할 때에만 사전 제공이 허용된다.

청와대의 미완성 통계 사전 제출 지시가 합법적 영역 밖에서 이뤄졌을 공산이 높다는 뜻이다. 앞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사전 제공받은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구소득이 낮게 나오자 통계청에 압력을 행사, 작성 중인 가계동향조사에 가중값을 임의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계소득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통계법은 '누구든지 작성 중인 통계,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변경할 목적으로 통계 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계 자료는 결제권자의 결제 여부에 따라 '작성 중'인 통계와 '작성된' 통계로 구분된다. 작성된 통계는 관계 기관이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통계청에 요청할 경우 공표 전날 낮 12시 이후 사전 제공할 수 있다. 통계 대상인 산업‧물가‧주택 등을 다루는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관계 기관에 해당한다. 야당이 역공의 근거로 내세운 대통령실의 통계 자료 사전 제공은 이러한 절차에 따라 법 안에서 행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물론, 과거에도 합법적으로 통계 자료 사전 제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세종=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