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와 공습을 강화하며 수천 명의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측 누적 사망자가 5,791명이며, 이 가운데 아동만 2,360명이라고 밝혔다. 유엔아동기구(UNICEF)도 어린이 부상자를 5,364명으로 집계한 뒤 매일 400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 체계 붕괴도 심각하다. 일부 환자들은 병원 복도 바닥에서 마취제나 소독제도 없이 휴대폰 불빛으로 수술을 받고 있다. 필수 의약품은 턱없이 부족하고 병원 비상 발전기를 돌릴 연료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큐베이터에 의존해야 하는 신생아들의 목숨도 위태롭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반입된 구호물자는 바다에 물방울을 떨어뜨린 것에 불과하다며 제한 없는 구호품 반입과 휴전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인류적 재앙을 해결할 인도적 활동을 확대하고 보호해줄 것을 ‘무릎 꿇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갈등이 단숨에 풀릴 순 없다. 살던 땅에서 쫓겨난 뒤 숨 막히는 억압에 시달려온 팔레스타인의 분노엔 이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마스의 기습과 민간인 학살·납치까지 정당화할 순 없다. 하마스는 하루속히 인질들을 풀어주는 게 상책이고 명분도 얻는 길이다. 이스라엘도 하마스 기습이 민간인 230만 명이 거주하는 곳을 무차별 폭격할 권리를 부여하는 건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죄 없는 어린이들까지 숨지게 하는 건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이고 범죄다. 공습은 당장 중단돼야 마땅하다. 필수 의약품과 구호품 공급을 허용하는 것도 시급하다. 병원으로 가야 할 연료가 전쟁용으로 쓰이는 게 우려되면 국제기구를 통하면 될 일이다. 교전 중단 유엔 결의안을 거부해 이중잣대 비판을 받는 미국도 휴전 중재 등 정치적 해결에 나설 때다. 침묵으론 아이들을 살릴 수 없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