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입법예고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를 별도 시설에 의무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악질 성범죄자 출소 때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취지는 좋은데, 잘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풀어야 할 숙제가 간단치 않아 보여서다.
정부는 당초 학교 유치원 등으로부터 500m 이내 거주를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미국의 ‘제시카법’이 이런 방식인데,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거주 가능 지역이 많지 않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출소 후 거주지를 국가운영시설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한 곳에 모아둘 수 있으면 관리는 한결 쉬울 것이다.
최대 난제는 시설이 들어설 지역을 찾는 일이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 또는 3회 이상 성범죄자가 대상인데 요건 충족자가 지난해 말 기준 352명이라고 한다. 소급 적용을 하는 데다 해마다 60~70명씩 출소 예정이라니 준비기간을 거쳐 법이 시행되는 시점에는 500명이 넘을 것이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시설을 만들려면 지자체마다 엄청난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수십 명씩 버젓이 활보하는 시설을 어느 지역 주민이 흔쾌히 받아들이겠는가. 기존 지역이기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일 것이다.
과거 위헌 결정이 난 보호감호제(재범 위험 출소자 시설 격리)와 유사해 이중 처벌 지적도 만만찮다. 위헌 논란을 비껴가려면 인권침해적 요소를 대폭 제거해야 할 텐데, 그만큼 위험은 커질 것이다. 보호관찰관이 1대 1로 관리를 하겠다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인력 배치가 있어야 조금이나마 주민 불안을 덜어낼 것이다. 거주시설 제한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심리 치료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거주지 제한 대상을 “교도소나 구치소에 15년 있었다고 과연 달라질까 우려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국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참에 법원도 이런 논란 많은 이중 처벌 최소화를 위해 양형규정을 손보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