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 상근부대변인을 지냈던 신인규 변호사가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여당을 사유화했다"고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신 변호사 탈당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신당 창당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비윤석열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김기현 대표가 임명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 변호사는 이날 국회에서 탈당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키기 위해 과거 국민의힘이 보여줬던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은 이제 완전히 소멸됐다"며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6개월 동안 집권 여당을 노골적으로 사유화했고, 당내 구성원들은 저항하기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시밭길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피하지 않겠다"며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신 변호사는 이 전 대표 체제였던 2021년 토론배틀을 통해 국민의힘 대변인단에 합류했다. 이 전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 징계로 축출되고 친윤석열계가 주도권을 잡은 데 반발해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현 '정당 바로 세우기')를 설립하는 등 이준석계로 분류된다. 유승민 전 의원, 김웅 의원 등 '비윤계' 인사들도 이 단체의 활동에 참여해 왔다.
이 전 대표는 신 변호사의 탈당과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신 변호사 탈당이 이준석 신당의 선발대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며 "제가 신 변호사를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고도 답했다. 신 변호사도 "이 전 대표와 탈당에 대한 입장이 같지 않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탈당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여지를 두었다. 그러면서 "비례 신당 같은 것을 할 생각이 없다"며 "이념 정당이 아니라 다수당이 되기 위한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형태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2030 남성 중심의 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펙트럼보다 훨씬 넓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당 여부를 결심할 시점으로 '총선 100일 전'을 꼽은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 전 대표가 참여했던 바른정당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신당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 전 대표가 '홍준표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에서 당선된 뒤 국민의힘에 복당한 홍 시장처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