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의 덧셈과 뺄셈

입력
2023.10.25 18:00
26면
인요한 혁신위 ‘통합’ ‘희생’ 강조 
지도부와 윤핵관 희생부터 끌어내야 
유승민과 이준석 안고 가도 본전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통합’과 ‘희생’을 앞세웠다. 통합에는 ‘이준석’, 희생에는 ‘윤핵관’이 어른거린다. 전권을 갖고도 풀어내기 힘든 고차방정식 같지만, 답을 찾지 못하면 국민의힘 앞날도 어둡다. “혁신과 인재영입, 공천이 다소 구분돼야 맞지 않느냐”고 당 수석 대변인이 말했지만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5개월 남짓이다. 혁신위를 정점으로 하지 않고 산개하면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혁신위 성공 관건은 덧셈과 뺄셈이다. 다만 떠난 민심을 사로잡을 수준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빼야 채울 수 있다. 기득권 내려놓기가 시작이다. 여당의 기득권은 영남과 강원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지도부와 윤핵관이다. 임명직 당직자를 물갈이했지만 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까지 영남 일색이다. 구색을 맞춘 인사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수도권에 사람이 없다”는 말은 당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명분은 될 수 있으나, 미흡한 인사에 대한 변명이라기엔 너무 군색하다. 배포가 큰 정치인이라면 불출마나 험지 출마 선언으로 이미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을 법한데, 비주류 하태경 의원이 선수를 쳤다. 총선 패배 시 정계은퇴라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내건 김기현 대표나 지역구 관리에 땀 흘리고 있는 윤핵관에게 과감한 결단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놔야 한다”고 말한 인 위원장이 가장 먼저 얼굴을 붉혀야 할 상대는 정해져 있다.

기득권 입김이 뻔한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를 혁신위와 동시에 가동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득권 저항을 뚫지 못하면 혁신위는 좌초한다. 명색이 여당이지만 보궐선거 패배 수습조차 버거워하는 모습을 윤석열 대통령도 지켜봤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선거를 앞두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쁜 기득권의 전횡을 윤 대통령이 바라볼 리 만무하다. 여당에 널린 정치인들을 제쳐두고, 윤 대통령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찾는 이유를 인 위원장은 꿰뚫어야 한다. '김한길 비토'의 진원지도 여당 내부다.

덧셈이 더 중요한데 조짐이 안 좋다. 혁신위원장 구하는 데 열흘 넘게 걸렸다. 영입 인사라고 가장 먼저 조정훈 의원을 내세웠으나, 감동 없이 철새 논란만 불러왔다. 보통 여당은 줄 자리가 많아서 사람이 몰린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인물난은 총선을 앞둔 여당에 적신호다. 혁신위 구성부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흘러나오는 이름의 면면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인 위원장이 말한 변화의 핵심은 내부보다 외부 인사 영입에 있다. 한나라당부터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옷을 입었던 사람들을 새 얼굴로 포장하는 뻔한 수에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얘기가 들리는 순간부터 혁신위는 동력을 잃는다.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한 국무위원 후보자나 MB정부 올드보이를 뛰어넘는 ‘참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인사를 삼고초려해야 한다. 찾지 못할 뿐이지 중도까지 확장하면 널린 게 인재다. 윤석열 이름 석 자보다 국민의힘 간판 때문에 주저한다는 얘기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유승민과 이준석의 신당설도 굳이 따지면 뺄셈이지만 덧셈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도 본전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뺄셈의 정치로 승리한 전례는 없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내쳤다가도 거두는 게 정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국민통합을 외쳐 정권을 잡고 배신의 정치로 내부부터 쳐낸 박근혜식 정치의 말로를 복기하면, 윤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직언할 명분도 찾을 수 있다.


김성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