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대치해온 중국과 필리핀이 해상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전날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 인근에서 필리핀 물품 보급선과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부딪쳤다. 미국이 필리핀을 두둔하면서 역내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한국 정부도 중국을 견제했다.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암초 기지로 향하던 필리핀 선박을 중국 함정이 뒤쫓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필리핀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중국 함정은 충돌 위기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결국 함정 뱃머리와 필리핀 보급선 후미가 스치듯 부딪치며 '쾅' 소리가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8월엔 중국 해경이 암초 기지에 보급품을 전달하려던 필리핀 해경선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기지에는 필리핀 해병 10여 명이 상주하고 있는데, 중국은 중국 영해를 불법 점거당했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필리핀은 책임을 떠넘겼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24일 “중국 해경과 민병대가 필리핀을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며 “국제법 규범과 협약을 완전히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외무부는 주필리핀 중국 대사대리를 불러 항의했다. 정부 차원의 긴급 안보회의도 소집됐다.
반면 중국 해경은 “필리핀이 난사군도에 불법 건축 자재를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우리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우리 선박에 위험하게 접근해 충돌을 초래했다”고 반박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술에 취한 듯 무모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23일 “중국이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동으로 필리핀의 항해 자유권을 고의로 방해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에두아르도 아뇨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 남중국해 어디에서든 필리핀 공공 선박과 항공기가 공격받으면 상호방위 조약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한국 정부도 가세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선원 안전을 위협하는 일방적 행동에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중국의 일방적 행동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