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확장하다 재벌 구태에 물든 카카오 ‘벤처 신화’

입력
2023.10.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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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시세 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에서 24일 새벽까지 16시간 조사를 받았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주 내에 해당 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며 “카카오 법인 처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카카오는 은행 대주주 자격이 박탈돼 주력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김범수 창업자는 1998년 인터넷 게임 포털 한게임을 창업해 네이버와 합병했고, 2008년에는 카카오톡을 출시하며 IT업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14년 포털 다음과 합병 후 시대착오적 문어발 확장이 본격화했다. 외부 투자를 받은 후 계열사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식에 의존했다.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높여야 하는 압박이 커지면서 골목상권 침해와 스타트업 아이디어와 기술 탈취를 일삼는다는 비판이 거셌다. 지난해 4월 계열사를 30~40개 줄일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계열사는 계속 늘어났다. 또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 등 도덕적 해이도 벌어지며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주주인 김 창업자가 전면에 나서 쇄신을 이끌어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반대로 그는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섰다.

이런 무책임 경영이 계속되는 가운데 SM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로 카카오 2인자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김 창업자와 카카오까지 처벌 위기에 몰린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에만 1,8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고속 성장 중이고 시가총액도 10조 원에 달한다. 주가조작이 인정돼 카카오뱅크 경영권을 상실하면 카카오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카카오가 과연 20세기 말 외환 위기 당시 사라진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에서 벗어나, 21세기 한국 경제를 이끌 ‘벤처 신화’로 평가받던 초기의 혁신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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